산업 산업일반

소비로 스트레스 극복… 번아웃 쇼핑에 빠지다

저가 찾는 불황형 소비 달리 "쓸땐 쓰자" 고급화 추구<br>명품·수입차 등 판매 급증


'매일 반복되는 야근, 오르지 않는 월급, 내리지 않는 집값과 기름값,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만 하는 정부, 갈등만 조장하는 정치권….'

풀리지 않는 내수 경기와 불황 속에 '짜증난 대한민국'이 소비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이른바 '번아웃 쇼핑'이다.


현대사회의 탈진증후군을 뜻하는 신조어 번아웃 신드롬 (burnout syndrome)에 빗대 유통업계에서 번아웃 쇼핑이라는 말이 파생됐다. 직장과 가정 일에 몰두하다 느낀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극복하는 것을 현상으로, 특히 꼭 필요한 것만 싸게 구매하는 불황형 소비와 달리 럭셔리함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예금은 낮은 금리도 넣어두나마나 마찬가지니'번 돈 아껴서 뭐하나'하는 심리가 만연해졌다"면서 "모은 돈은 없어도 명품 사고 수입차를 타는 이른바 '번아웃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번아웃 쇼퍼들이 늘면서 해외 명품ㆍ수입차ㆍ수입과일 등 럭셔리 제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불황으로 고전하던 해외 고급 브랜드들이 백화점 시즌 오프 행사로 두 자릿수 신장세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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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140여개 해외명품 매출이 11.4% 신장했다. 이는 5월 누적 신장률인 5.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해외 명품 매출 신장률이 11.5%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 1월 10.5%보다 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100여개 명품 브랜드를 할인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9.3%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입 자동차업체들도 올 들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 5월 월간 최대 판매량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5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5%, 전월 대비 0.7% 증가한 1만 3,411대로 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4월에 세운 최다 판매기록을 한 달 만에 또 갱신한 것이다. 올들어 5월까지 수입 자동차의 누적 판매량은 6만1,695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4% 늘었다.

취미ㆍ레저 생활도 화려해졌다.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에서는 최근 카약을 완판했다. 지난 5월 3~24일 전국 4개 점포에서 3개씩 시범적으로 선보였는데 모두 팔려나갔다. 빅마켓은 지난 25일 카약 18개를 추가로 선보였다. 현대차가 올 4월 내놓은 고급 레저용 차량인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는 캠핑 열풍에 힘입어 인기몰이를 했다. 4,800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올 한정 판매분인 120대의 계약이 이미 끝났다.

식탁 메뉴도 고급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육류의 경우 한우 등심이 삼겹살보다 더 팔리는 세상이 됐다. 롯데마트에서 올 5월까지 한우 등심과 안심, 채끝은 210억원 어치가 팔려 삼겹살 매출(202억원)을 사상 최초로 앞질렀다.

디저트도 수입과일이 대세다. 체리와 망고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에서 체리는 5월부터 이달 25일 현재 신장률이 11.2%를 기록했다. 망고는 무려 344.5%나 판매가 늘었다. 여름 제철 과일인 참외가 16.0%, 수박이 16.9%나 역신장하는 등 과일 시장이 침체된 상태에서도 호실적을 내고 있는 것.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과 참외가 판매가 시원찮은 반면 체리와 망고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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