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금융인들 정신적 공황에

대규모 구조조정 추진에 배신감·좌절감등 시달려


두려움, 패닉, 그리고 분노…. 지난해 여름 이후 지구촌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대지진은 금융시장만을 패닉으로 몰고 온 것이 아니라 뉴욕 월가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공황에 빠뜨렸다.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모르는 공포로 월가의 고위 임원은 물론 하급은행원들까지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월가의 대부분 은행들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금융인들이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전세계 금융사들이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근로자 수는 총 6만5,000여명에 달한다. 메릴린치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한 직원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라며 “사람들이 동요하고,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최근 직장 사정을 전했다. 메릴린치는 올들어서 4,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직원들은 사내 분위기를 함부로 외부에 발설할 수도 없다. 언론접촉도 사전에 승인받아야 한다. NYT는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직원들조차 회사에 알려질까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해고된후 6개월이 지나 컨설턴트로 재취업한 전직 은행원은 “이제 안정적인 정규직이란 말을 믿지 않는다”며, “요즘 같은 해고방식은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을 파괴하는 방식일 뿐아니라 고용주와 근로자 사이를 적대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가축이 아니다. 개개인의 삶이 걸린 문제를 단순히 머릿수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월가에서 경제문제를 연구해온 심리학자 말린 포태쉬 박사는 혼란스런 월가의 분위기를 ‘불경기 우울증’으로 표현했다. 포태쉬 박사는 “요즘 경기침체는 과거보다도 더 빨리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는 탓에 앞날을 예측하기가 더 힘들다”며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심리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월가 금융인들은 변동성이 크고 하루에 10~14시간씩 일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좀더 쉽게 우울ㆍ불안ㆍ약물남용 등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표현을 하든 않든 월가 구성원 대부분이 무의식적인 분노와 배신감, 좌절감 등에 시달린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월가 사람들은 직업 때문에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경제전문가’로 인정받아 온 만큼 해고당한 후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이 닥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월가 사람들이 평소에 좀더 변화에 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NYT는 20년간 메릴린치에 근무했다가 해고당한 금융상담사 A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보다 유연하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젊을 때부터 미리 노후를 준비해 왔다는 A씨는 “학교에서 시장과 경제순환을 다 배워 온 사람들이 왜 정작 자신에게 피해가 닥치면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을 위해 노후설계를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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