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외자유치와 수출촉진을 위해 조성됐던 마산 수출자유지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30년 전과 유사한 상황을 맞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외자유치와 수출이 다시 지상과제로 부상한 지금 마산 수출자유지역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와중에도 이곳 입주업체들만은 「나 홀로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지역은 모두 22억1,000만달러어치를 수출, 전년 대비 8%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 지역에 입주한 78개사는 올 수출목표도 지난해보다 13.5% 늘어난 27억달러로 잡고 설비 재투자를 계획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MF 한파로 전체 수출액이 2.2%, 교역규모가 사상 최대폭인 20%나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네덜란드의 소니 홀딩(SONY HOLDING)사가 100% 단독 투자한 한국소니전자 장병석 사장의 설명이다.
『이 지역 입주업체들은 이미 지난 90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안정적인 성장의 토대는 그때 마련된 셈이지요.』
이 회사는 지난 93년에는 오디오 완제품을 수출, 7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외형에 만족하지 않고 방만한 조직을 재정비했다. 생산품목도 완성품 중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부품 쪽으로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난해에는 4억5,000만달러의 매출액과 3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 생산한 「버추얼 서라운드 헤드폰」은 오히려 일본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이 제품은 개당 가격이 50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주문이 쇄도,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정도다.
일본 산요(SANYO) 계열사인 한국TT는 잘 나가는 품목 중 하나였던 VTR 생산기술을 동남아에 이전했다. 지난해부터는 디지털 스틸카메라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30대 디지털카메라 메이커 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기술력을 보유,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업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디지털 이동전화 단말기 부문 세계1위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사가 투자한 노키아TMC는 세계 핸드폰 수요의 1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 97년 1,000만대를 생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00만대를 생산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곳곳에 있는 노키아사 90개 계열사 중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와카는 일본자본 82%와 국내자본 18%를 합작 투자해 설립된 회사. 설비투자가 실종됐던 지난해 40억원을 투자, 생산시설을 오히려 확충했다. 마이크로웨이브IC·커넥터 등 통신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매출은 97년 193억원, 지난해 28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목표를 560억원으로 늘려잡을 만큼 수직 상승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평균 불량률이 100만개당 200개 정도인데 비해 우리 회사의 SMT 불량수는 3.6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며칠전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개발한 일본업체의 사장이 다녀간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공장을 방문하고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한국와카의 구중직 이사는 이러한 품질혁신이 가능한 이유를 투명한 경영구조에서 찾았다. 회사의 재무상태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노사간의 불신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산업자원부 마산 수출자유지역관리소 최경연 소장은 이곳 입주업체들이 국내경기가 불황인데도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이유로 건실한 재무구조와 선진화된 경영기법을 꼽고 있다. 여기에다 이 지역에 투자한 다국적 기업체 본사의 지원이 뒷받침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사업을 벌이는 합리적인 사고가 바탕을 이루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설립 초기의 저임금 기조로 80년대말 노사분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으나 이제는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150만원 수준으로 전체평균 125만원보다 훨씬 높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올해 임금을 5~10% 올릴 것이라고 한다. 마산지역에서는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1등 신랑감으로 꼽을 정도다. 【마산=정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