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 더 방치땐 진짜 대란”판단/정부 금융대란설 강력진화 배경

◎「제2금융」 지목 강압적 협조요청/“근인 못보는 미봉책” 부작용 우려김영삼 대통령이 2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대란설의 진화를 지시한데 이어 강경식 경제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이 이날 제2금융권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이 절대절명의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보와 삼미 등 연이은 대형부도로 금융기관들의 「몸사리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부도방지협약이 제2금융권의 기업에 대한 대출금회수를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자 당국이 긴급 진화작업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부도방지협약의 발효로 진로그룹이 첫 정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금융권에서는 「부도징후기업 리스트」가 나돌면서 금융기관들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해 앞다투어 자금을 회수, 자금난을 부채질했다. 부도방지협약의 정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채권회수가 동결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서둘러 회수코자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그 결과 삼립식품이 부도로 넘어졌고 대농그룹까지 정상화대상기업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극도로 경색되면서 일부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견기업들 뿐만 아니라 30대 계열기업군에 속하는 대기업들조차도 증시나 금융권에서 나도는 악성루머로 심각한 자금위기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증시에서는 재무구조에 큰 문제가 없는 그룹들에 대해서조차 근거없는 자금악화설이 유포되면서 주가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기업심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기존의 신용관행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정책당국은 기본적으로 이같은 「금융공황위기」의 1차적인 책임을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제2금융권에 두고 있다. 김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권에 대해 재경원이 필요한 조치를 강구토록 지시한데 이어 강부총리가 유독 종금사와 할부금융사 사장들만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같은 정부의 기본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강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종금 및 할부금융사 사장들에게 한달 이내의 초단기 어음을 발행하지 말고 부득이 만기도래한 어음을 연장해주지 못할 경우에도 최소한 만기 1∼2주일 전에 해당 기업에 이를 통보해주도록 요구했다. 동시에 은행감독원내에 「금융애로신고센터」를 설치, 제2금융권의 부당한 자금회수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신고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하는 등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당국의 강압적인 사태진화노력이 어느정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일단 당국의 요구에 제2금융권이 호응할 경우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경기침체 지속과 우리 기업들의 지나치게 높은 차입금의존도에 있다고 보면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일시적으로 부도를 유예시킨 기업이 결국 부도로 쓰러지게 되면 그 후유증은 배증될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우려다. 또 제2금융권은 부도방지협약이 지나치게 은행권에 유리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어 제2금융권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산운용에 대해 당국이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금융자율화라는 시대조류에도 역행한다고 반발하고 있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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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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