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강남 엑소더스… 비어가는 테헤란로 오피스빌딩

공급 물량 많고 임대료 싼 종로·상암 등으로 이주 급증<br>추세지속땐 공실률 10%넘어… 일부 블록선 공동화 우려도

강북 4대문 지역, 판교 테크노밸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등에 신규 오피스빌딩 공급이 증가하면서 강남권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대형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10%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는 테헤란로 일대 전경. /서울경제DB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불 꺼진 오피스빌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와 신규 오피스빌딩을 찾아 강남권을 벗어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 지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10%를 넘어서며 특히 입주기업 이탈이 심각한 일부 블록에서는 공동화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년째 꾸준히 계속되는 기업들의 '탈강남' 현상이 올해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에만 넥슨그룹, 삼성SDS, 엔씨소프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GS플랜트사업부 등이 강남권 오피스빌딩에서 다른 지역 오피스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도 BMW코리아ㆍ한국지멘스ㆍ벤츠코리아ㆍ카카오톡 등이 강남 지역을 떠났다.

기업들이 떠난 빌딩에 새로운 기업은 입주하지 않아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껑충 뛰었다. 기업이전 컨설팅 전문업체인 THE바른이 테헤란로 일대 총면적 6,612㎡ 이상 중ㆍ대형 빌딩 309개동의 공실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6년 0%에 가까웠던 공실률이 2009년 말 4%로 증가했고 2013년 9월 말 현재 7.5%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강남 엑소더스'가 가속화되는 것은 강남 이외 지역에 신규 오피스 공급이 급증하면서 강남을 대체할 만한 업무지구가 마련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경조 THE바른 대표는 "강북 4대문 안, 판교 테크노밸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에서 신축 오피스빌딩이 증가하자 임대 조건을 따져보고 이사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며 "신축 오피스빌딩의 건물주들이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유치를 위해 임대료와 관리비 수준을 대폭 낮추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유명 기업들의 강남권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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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건물주의 구애로 입주하는 기업들은 여러 기업을 끌어오는 핵심 임차인 즉,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역할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강북 4대문 지역(종로·중구)의 신규 오피스빌딩 공급 증가는 4대문 지역 오피스 입성을 꿈꾸는 기업들의 이주 수요를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강북 4대문 지역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과 외국계 회사들이 집중돼 있는 핵심 업무지구로 기업들의 제1 선호지역이지만 임대료가 워낙 비싸 웬만한 기업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하지만 2010년부터 중구 수표동 시그니처타워, 중구 회현동 스테이트타워 남산, 종로구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등 대형 오피스빌딩이 잇따라 공급되면서 이 지역 오피스빌딩 임대료 수준이 내려가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4대문 지역 오피스빌딩 임대료는 3.3㎡당 평균 10만원 수준으로 강남권의 3.3㎡당 7만원보다 평균 20% 이상 비쌌다"며 "하지만 2010년부터 신축 오피스빌딩 공급이 늘어나면서 실질 임대료가 3.3㎡당 8만원 수준으로 낮아지자 4대문 지역으로의 입성을 바라던 기업들의 이전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ㆍ콘텐츠 사업 등에 특화된 신규 업무지구의 등장 역시 기업들의 강남권 이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경우 입주기업들에 취등록세ㆍ재산세 면제 등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해 IT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유치한 지역으로 카카오톡, 넥슨그룹 및 계열사, 엔씨소프트, 넥스트칩,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이 강남을 떠나 판교로 자리를 옮겼다. 상암DMC도 MBC·SBS·YTN 등 방송사들의 대규모 이전 등으로 연관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가 늘고 있다.

기업들의 탈강남화 현상으로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중이거나 이전 예정인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새롭게 강남으로 이주해 올 기업들은 적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테헤란로 일대 8개 빌딩에서 송파구 잠실 향군타워로의 이전을 진행 중이고 홈플러스ㆍ한국전력(남부발전 등 자회사 포함) 등도 이전을 준비 중이어서 대규모 공실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민 대표는 "최근 매출이 증가한 코오롱FnCㆍ한섬 등이 강남권에 입주하면서 대형 면적을 일부 소화해줬지만 강남권에서 빠져나간 기업들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전 예정 기업들의 이사가 완료되면 테헤란로 일대 공실률이 10%가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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