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초고유가 시대' 기업들 허리띠 죈다

경영목표 수정 검토·에너지대책 다시 손질…`오일쇼크' 이미 시작

국제유가가 배럴당 46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 급등세가 전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아 국내 기업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유가 동향에 민감해진 상당수 기업들이 연초 사업계획의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는가 하면 일부기업에서는 일찌감치 경영목표를 하향 조정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항공.해운요금에 이어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이미 `오일쇼크'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영목표 원점 재검토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고유가 사태와 관련해 연구.생산.판매 등 각 사업부문별로 급하지 않은 투자와 지출을 자제하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현대차는 연초 71만대였던 올해 내수판매 목표를 60만5천대로 낮췄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내수판매 목표를 41만5천대에서 29만5천대로 낮춰 잡았다. 양사는 대신 내수감소 물량을 수출에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올해 연평균 예상 유가를 배럴당 32달러로 비교적 넉넉하게 잡았으나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했고, 이같은 고유가 상황이 앞으로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부적으로 고유가 장기화 대책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이 고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전반적인 판매가 위축돼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직 올해 경영목표 수정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매출을 비롯한 각종 경영 목표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도 고유가 속에 선박용 후판 등 원자재가 인상과 환율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져 부심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이미 경영목표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사업본부별로 수익성 및 생산성 향상, 수주 확대 등을 통한 수익증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은 수익성 만회를 위해 하반기 생산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 절약..`마른수건 다시짠다' LG전자[066570]는 원가절감을 위한 사업본부 차원의 TDR(Tear Down & Redesign)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의 모든 프로세스를 완전히 찢고 새롭게 다시 설계한다는 의미다. 이런 활동을 통해 원가절감과 가격인상 억제의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LG전자는 가전부문의 경우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수준에서 45달러로 오를 경우 2%, 35달러에서 55달러로 오르면 4%, 35 달러에서 65달러로 오를 경우 6%의 재료 구매비 상승 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항공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이종희 총괄사장 주재로 매달 한번씩 유류절감대책회의를 열어 부서별 목표치를 점검중이다. CJ[001040]는 최근 원유가 상승 및 그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로 인해 각 계열사별로 에너지 절약대책 수립에 착수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단계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공장가동 등에 필요한 원유매입을 1년 단위로 사전 구매하기 때문에 최근의 유가상승이 올해 경영전략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내년 경영전략수립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원자재 쇼크 시작됐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열연강판 수입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조만간 이를 냉연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할 예정이어서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철강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동부제강[016380]은 오는 9월 1일 출하분부터 냉연강판의 내수 판매가격을 t당 5 만원, 아연도금강판은 t당 4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POSCO[005490]의경우 제품별 인상폭이나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수요 왜곡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핫코일, 후판 등 대부분 제품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은 건설업계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모래와 철강 등 원자재값 상승까지 맞물려 전체적으로 공사비가 7% 정도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석유제품을 비롯해 항공.해운 운송료, 철강.원자재 등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SK[003600]㈜는 휘발유 가격을 ℓ당 18원 인상한 1천324원으로, 경유는 10원 인상한 953원으로 조정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15원, 9원 올렸고 에쓰오일도 1주일만에 휘발유 가격을 5원 인상했다. 항공업계는 15일부터 운임을 평균 4-5% 인상키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올해 유가 인상으로 인한 추가 비용부담이 각각 4천억원, 1천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해운업계는 한국-중국의 항로 컨테이너 운임을 내달부터 TEU(20피트 컨테이너)당 50달러, FEU(40피트 컨테이너)당 100달러 올려받기로 했다. ◆일부업종 고유가속 호황 초고유가 사태로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업종은 오히려 호황을 누려 눈길을 끌고 있다. LG[003550]칼텍스정유는 올 상반기 매출이 6조7천545억원에 이르러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 4천603억원, 순이익 3천580억원을 기록했다. 97년 경제위기 때 환차손으로 한때 누적 적자가 5천300억원에 달했던 현대오일뱅크도 올 상반기에는 매출 2조9천277억원, 영업이익 2천463억원, 순이익 2천209억원을 달성했다. SK㈜도 상반기 매출 7조9천653억원, 영업이익 7천486억원, 순이익 7천235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등 정유사들은 고유가 속에서 호황을 누렸다. `잘나가는' 철강업계는 오히려 경영목표 상향조정하고 있다. 동국제강[001230]은 최근 매출목표는 3조1천억원에서 3조2천억원으로, 영업이익은 4천억원에서 4천600억원으로, 경상이익은 4천200억원에서 4천800억원으로, 각각 4.58%, 15.0%, 14.29% 상향조정했다. 포스코도 연초에 연간 매출액 16조8천750억원, 영업이익 3조1천790억원으로 목표를 잡았으나 1분기 실적 집계 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를 각각 17조4천220억원, 3조6천630억원으로 올린데 이어 최근 매출액 18조7천600억원, 영업이익 4조5천540억원으로 재수정했다. 연초 목표에 비하면 매출액은 11.2%, 영업이익은 43.3%나 늘려잡은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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