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 부자들 '조건부 유산상속' 유행

월 스트리트 저널은 19일 한때 미국 부유층 사이에 유행하던 부동산 상속열기가 급속히 퇴조하고 대신 「가족 인센티브 신탁」이 밀레니엄 시대의 새로운 조류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단의 명투수로 널리 알려진 톰 글래빈(33)이 그 대표적인 예. 연봉 800만달러를 받고 있는 글래빈은 최근 몇가지 조건을 단서로 신탁을 설립했다. 그는 아이들이 회사 등에서 고정수입을 가질 경우 매달 10만달러를 지급하고 사업체를 꾸릴 경우 추가로 20만달러를 나눠줄 예정이다. 만약 딸이 결혼해서 전업주부로 머물러 있는다면 매달 1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나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녀들이 의미있는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상속분을 줄이는 대신 세계 최대규모의 자선기금을 만들 계획이다. 변호사인 로드니 오웬스는 『이같은 인센티브 제도가 밀레니엄 시대의 새 조류로 정착되고 있다』면서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웬스는 고객들이 신탁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자식들이 혼전관계를 맺거나 약물남용에 빠지면 지급을 거부하는 조항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선사업이나 친인척활동에 적극 참여하면 추가로 보상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다. 또 2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사의 워런 호벤 부부는 자녀들이 나중에 사업체를 꾸린다면 최소한 20% 이상의 자금을 외부에서 유치할 때에만 재산을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서를 작성했다. 이밖에 부부가 모두 MS에 근무하는 바람에 백만장자 대열에 올라선 트레이시 부부는 자식들에게 재산에 대한 책임감, 일자리 마련, 독립성 확보를 조건으로 내세워 유산을 물려주기로 결심했다. 부동산·자산관리 컨설턴트 회사 등 관련업계도 새로운 유망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투어 세미나와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색다른 교육기법을 전파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녀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미끼로 선행을 강요하는 것이 교육상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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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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