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때문에 발음이 안좋대서 조금은 속상해요""저 혀 안 짧아요. 사투리 덕분에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말을 듣게 돼 조금 속도 상해요" SBS 사극 '여인천하' 야외 촬영장에서 만난 박주미(29)는 '더운데 고생이 많다'는 인사에 사투리 이야기부터 꺼냈다.
무거운 트레머리, 한 여름에도 겹겹이 껴입어야 하는 한복 등 예상되는 여러 어려움 보다도 사투리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여타 배우들에게서 틈틈이 사투리 지도를 받고 아직도 매회 20여회 이상 대본을 읽는다고 했던가.
"첫 대본 연습 날 솔직히 입이 안 떨어졌어요. 다른 분들도 발음해 보시더니 '야 이거 뎡말 어?네'하시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셨죠. 지금에야 익숙해 졌지만, 야외 촬영 나가면 유치원생들이 가끔 '혀 짧은 언니다' 그래요"
서운할 법도 한데 잔잔히 웃는다. 사극 '허준'에서의 그녀를 생각한다면 물론 터무니 없는 오해다. 게다가 가만히 보면 한복차림도 참 잘 어울린다. 성장을 한 여러 배우들 사이에서 그녀는 유달리 한눈에 들어왔다.
이젠 유명한 이야기가 됐지만 '여인천하' 제작발표회에서 김재형 PD도 약 10여분간 박주미 칭찬을 늘어놨다. '사실 내가 팬'이라며 입을 뗀 그는 '사극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배우'라며 박주미를 한껏 치켜올렸다.
"오늘이 결혼 뒤 두 번째 촬영이예요. 난정이 결혼식에 매향이가 없어선 안된데서 이 부분 야외 촬영을 오늘로 미뤘대요. 결혼한 직후에 결혼식 장면이 있으니 좀 감회가 새롭네요" 예의 상쾌한 미소가 따라 나온다. 동갑내기 신랑과 결혼, 신혼여행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안 된 시점이었다.
"솔직히 기자 여러분들이 시켜 주신거나 다름이 없어요. 이렇게 빨리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언론에 알려지면서 양가에서 서두르자고들 하신거죠"
사실 몇몇 배우들의 호연으로 그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여타 배우들의 역할은 계획보다 어느 정도 조명을 비켜간 감이 없지 않았다. 박주미 역시 그러한 배우 중 하나다.
하지만 '기묘사화'가 정리되고 객주 부분이 강화되는 등 드라마 자체가 새로운 전환기를 앞둔 만큼 그녀의 비중 역시 더 늘어날 터였다.
"아역 역할을 맡은 배우도 참 잘 했었고 앞으로 더 보여드릴 게 많다는 게 좋은 거라 생각해요.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