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융권 M&A와 HSBC의 행보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은행 매각과정에서 늘 이름이 오르내린 외국계 은행이 있다. 다름 아닌 영국계 HSBC다. HSBC는 지난 98년 이후 한국에서 은행 매물이 나오면 늘 등장했다. 고위간부가 한국에 직접 날아와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가 하면 내부적으로 몇 차례나 실사작업을 벌였다. 제일은행의 주인이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도 HSBC는 단골손님이었다. HSBC는 90년대 후반 제일은행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2004년 매각 때도 또다시 참여했다. 한 금융기관을 인수하려고 두 번이나 실사를 벌이고 매각 때마다 나타나는 경우는 국제 인수합병(M&A) 역사에서 흔치 않다. 2년 전 제일은행 인수과정에서 HSBC는 경쟁상대였던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자사가 제시한 금액에 불과 얼마 앞서지 않은 금액을 써내자 미련 없이 손을 털었다. 지난해 하반기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HSBC는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참여가 유력시됐던 HSBC는 지난해 말 영국 본사는 물론 아시아태평양본부에서까지 누누이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자생적인 성장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까지 직접 발표했다. 그러던 HSBC가 최근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금융가의 시각이다. 경쟁입찰에서 우선낙찰자는 인수금액을 가장 높게 써넣는 사람 또는 기관이다.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쟁시장에서 은행과 기업은 이익이 되면 수시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게 시장경제의 법칙과 자본주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을 받치는 원칙은 경쟁만이 아니다. 신뢰(trust)도 경쟁만큼이나 중요한 시장의 원칙이다. 신용을 수치화해 먹고 사는 금융산업에서 신뢰는 다른 비즈니스 영업 분야보다 중시된다. 남의 돈을 위탁받은 사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HSBC는 글로벌 선진 금융기관으로 소매금융에서 강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권의 소문 또는 분석처럼 HSBC가 또다시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입찰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 문제에서 상당히 큰 오점을 남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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