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류 드라마’ 수출전선에 빨간불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덕분으로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우리 드라마 수출 전선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비록 수출실적은 늘어났지만 체계적인 수출 마케팅은 부족한데다, 타이완 등 주요 프로그램 수입국들도 과거와 같은 `묻지마 구매`에서 벗어나고 있어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기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수출실적은 사상 최고=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지난해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 수출은 총 4,214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지상파의 수출 실적은 전체 88%인 3,689만달러로 이 중 86%(2,834만달러)가 드라마로 인한 수입이었다. 특히 일본 NHK에서 방영해 인기를 모은 드라마 `겨울연가`는 단일 드라마로선 최고액인 192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고 일본 현지에서 DVD 타이틀이 약 10만세트 이상 팔려 약 3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류 열풍 사그러드나=화려한 실적과는 달리 아시아의 `한류 드라마 열풍`이 점차 가라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 역시 높아 가고 있다. 실제로 우리 드라마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타이완은 과거의 `입도선매`식 수입을 자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타이완에 지난 해 편당 1만9,000달러의 최고가로 수출된 `올인`과 `여름향기`가 기대이하의 시청률로 실망을 자아내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GTV, 비디오랜드 등 타이완의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난해보다 약 30~40% 가량 낮게 수입가를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겨울연가`처럼 현지에서 큰 히트를 거두는 작품이 다시 나오지 않는 한 과거와 같은 고가 수출은 어렵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체계적인 제작 여건 마련 절실=우리 방송사들은 인기를 끈 드라마에 주목 받지 않는 드라마를 `끼워 파는` 수출 방식을 자제하고 부가 판권판매 처럼 수출선을 다양화 하는 등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단 국내 방영으로 거두는 이익이 훨씬 크고 찍어대기에 급급한 제작 여건 역시 달라진 게 없어 수출과 연계된 프로그램 기획이나 마케팅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올인` 제작을 담당한 SBS 구본근 부장은 “국제적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싶어도 후진적인 제작 여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몇몇 대작을 제외하곤 프로그램 기획에서 방영 단계까지 걸리는 기간은 3개월 남짓. 당일 방영분을 같은 날 오후 촬영하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에서 사전에 수출을 염두에 두는 제작 형태는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내수용 성격이 강한 국내 드라마 수출로만 한류 열풍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반성도 일관되게 제기되는 부분. 현지 정서에 맞는 작품들이 뒤따라야 한류 열풍을 지속시킬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MBC 프로덕션 김정호 국제사업부장은 “중국 미디어 시장 개방과 관련해 현지에 자체 제작사를 만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드라마를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궁극적으론 현지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실한 판권 관리도 문제=이밖에 각종 판권 문제가 일괄적으로 다뤄지지 못하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저작권 문제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은 곡을 드라마 음악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해 수출 분에서 음악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한 것. 실제로 `가을동화`의 배경음악 이었던 `로망스`가 수출분에선 빠졌고 `천국의 계단`에서 쓰인 `아베마리아` 또한 저작권 문제로 다른 음악으로 대체될 상황이다. DVD나 VOD서비스는 반대로 저작권 침해의 손해를 우리가 입고 있는 경우다.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의 저작권 법제가 허술한 까닭에 불법 DVD가 출시, 유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수출을 담당하는 한 방송 관계자는 “일본을 제외하곤 여타 국가에서 DVD나 VOD로 로열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스타 마케팅을 통해 홈쇼핑이나 광고 등 드라마 이외의 수익 창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fl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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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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