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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촬영하는 동안은 연애하지 말아요"

윤여정, 영상자료원 김기영 10주기 행사서 회고


윤여정 "촬영하는 동안은 연애하지 말아요" 윤여정, 영상자료원 김기영 10주기 행사서 회고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충녀' 때 모든 스태프가 미리 계획을 짰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이라고만 했어요. 그런데 조금 뒤 시트 밖으로 옷이 비치니 벗고 누우라는 거예요. 그 뒤 느닷없이 쥐떼가 떨어졌어요. 몸에 쥐가 달라붙는데 벗고 있다는 생각이 났겠어요? 난리가 났죠. 그 뒤 김기영 감독님이 집에 그 필름을 들고 오셔서 제 맘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아 싸웠죠. (웃음)"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김기영 10주기 기념 전작전-그 남자, 기이하다' 특별행사로 지난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배우 이화시씨와 함께 좌담회 '여배우, 김기영을 말하다'에 참석한 윤여정(사진)씨는 고(故) 김기영 감독과의 생생한 에피소드로 관객들의 웃음과 탄식을 끌어냈다. 예순 살 중견 배우 윤씨는 37년 전 찍었던 영화 데뷔작 '화녀(1971년)'와 이듬해의 '충녀(1972년)'를 통해 김 감독과 '열심히 싸웠던' 기억들을 풀어냈다. 윤씨는 영화촬영이 너무 힘들어 TV활동에 전념하던 자신을 은막으로 불러들인 이유를 김 감독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이 낄낄 웃으며 "청승맞아 보여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윤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나중에 슬픈 역을 맡고 보니 "내가 정말 청승맞아 보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에 대해 '시대를 앞서간 감독'으로 정리했다. "촬영하는 동안 연애를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연애를 하면 혼이 빠지거든요. 배우가 작품에 모든 걸 쏟기를 원하셨던 거죠." "그 때는 어려서 잘 몰랐어요. 하지만 다른 감독들과 일하면서 그 진가를 알았죠. 김 감독님한테는 한 컷 한 컷 디테일이 있었어요. '예전에 미스 윤이 내 앞에서 웃었던 웃음 있지? 그렇게 웃어봐'하는 식으로 연기 주문이 아주 자세했죠." 윤씨는 김 감독이 준 교훈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다고 말했다.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제작진이 할머니 역을 맡기면서 미안해 했지만 기꺼이 하겠다고 했어요. 영화 '가루지기'에서는 신한솔 감독이 벗으라기에 벗었고요.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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