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위기의 건설산업] <4>인프라 투자, 늦출수록 손해

"국가 경쟁력 달렸다" SOC 투자 서둘러야<br>예산 갈수록 줄어 공공공사는 공기지연 사태도 속출<br>매년 천문학적 자금 쏟아붓는 美 등 선진국과 대조적<br> "투자효율성 제고로 건설경기 살리는 해법도 모색해야"

“SOC투자 확충은 지금이 적기(適機)입니다. 늦추면, 국가경쟁력이 뒤쳐집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SOC투자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순히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SOC사업에 국가 경쟁력이 걸려 있다는 그들의 주장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사회간접자본을 의미하는 SOC(Social Overhead Capital)는 도로ㆍ철도ㆍ항만ㆍ통신ㆍ전기 등 경제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기반시설을 의미한다. 때문에 SOC는 국가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되기도 한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4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대비 물류비는 15.8%로 미국과 일본의 8.7%, 8.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며 “SOC 미비에서 오는 작은 차이가 국가 경쟁력에 직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급감하는 SOC투자=하지만 이런 현장의 절박함과 달리 정부의 SOC투자는 오히려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교통부문 SOC예산의 경우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3.8%에서 지난 2007년 9.1%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정부 SOC예산이 줄어들면서 공공공사의 공기가 지연되는 사례 역시 속출하고 있다. 공사에 필요한 예산을 제때 지급 받지 못하면 공사 기간이 늘어지게 되는데 이 경우 건설업체는 건설업체대로 각종 지연비용이 발생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부담 예산이 늘어나 당장 예산투입이 필요한 현장에 자금 집행이 늦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SOC 현장 409곳 중 192곳이 예산 부족으로 공사진행이 늦춰졌다”며 “드러내놓고 말은 못해도 속이 타 들어가는 건설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체의 신규 토목공사 수주 역시 급전직하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건설업체 공공부문 토목공사 수주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1.4%p나 줄어들었다. 중견건설업체 S사의 한 관계자는 “예산 집행도 제대로 되지 않는 SOC사업은 맡아 봐야 짐이 될 뿐”이라며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이미 수주한 관급공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뛰는 선진국, 기는 한국=SOC에 대한 투자가 쪼그라드는 한국과 달리 미국ㆍ일본ㆍEU 등 선진국들은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미 완성된 SOC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타 국가와 차별화하는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게 이들 국가의 목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004년 교통관련예산에만 53억5,580만달러를 쏟아 부어 통행비용을 절감하고 교통 사상자 수를 줄여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역시 2003년부터 교통정책에 대한 대폭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항만시설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슈퍼중핵항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가 하면 도쿄ㆍ오사카ㆍ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의 순환도로를 정비해 경쟁력 있는 경제사회를 유지ㆍ발전하는 마스터플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선진국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영국의 경우 지난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관련 예산을 연평균 4.5%씩 증가하며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지방 교통 인프라 확충에 나서 국토의 효율적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박용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선진국은 SOC투자에 대한 인식의 차원이 틀리다”며 “관련 예산이 지금처럼 축소된다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효율적’ SOC투자로 건설경기 되살려야=건설전문가들은 그러나 SOC사업 활성화를 통해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단순 사고방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SOC의 양적인 팽창에 집중하는 주먹구구식 투자에 나설 게 아니라 SOC의 질적인 효율성을 제고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는 방식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일본의 경우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방에 ‘다람쥐 전용도로’를 만드는 등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진 탓에 부작용이 크다”며 “미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 SOC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경기부양만을 위한 SOC투자는 반대한다”며 “경기부양과 국가경쟁력확보ㆍ비용절감 등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정부의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SOC 예산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채권 발행이 필요한 만큼 대규모의 증액은 어려워 보인다”며 “우선적으로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 SOC 사업에 예산을 투입해 건설사의 비관적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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