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이 한국 경제에 수많은 숙제를 남기고 저물어가고 있다. 연초 정부가 표방했던 수출과 내수를 통한 ‘균형 잡힌 성장’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오히려 부동산 폭등과 가계부채 증가 등의 위험요인이 커져 자칫 관리실패 땐 위기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35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전산업 평균 임금수준을 상회하는 부분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15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가구 소득도 전년 대비 4.2% 증가에 그쳐 2년 연속 4%대 초반에서 정체됐다. 다만 수출이 3,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전체 무역규모가 6,000억달러를 넘어서 무역강국 코리아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졌다는 점과 주식시장이 외국인 매도공세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종합주가지수 1,400선을 지켜냈다는 점 등은 위안 삼을 만하다. ◇위축된 기업과 가계=올해 전국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 증가했다. 전국 가구 소득 증가율은 지난 2004년 6.0%에 달했으나 지난해 4.1%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4%대 초반에서 정체됐다. 이에 따라 내수는 하반기 들어 침체되면서 내년에도 계속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는 늘지 않은 일자리, 악화된 기업 수익성 등이 자리잡고 있다. 환율 하락 등 대외여건 악화는 기업 수익성 악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올 1~9월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6.7%(2005년 8.0%) 증가했다. 수출물가는 올 1~9월 전년동기 대비 1.7% 하락하기도 했다. 투자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현금 보유에만 열중한 한해였다. 수출이 올해 13.0% 늘었지만 경제성장률은 5.0%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수출과 성장ㆍ내수간 괴리가 한층 심해졌다. ◇위험요인 더욱 커져=올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0억달러선으로 2005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3,000억달러를 넘었지만 서비스수지 등의 적자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경상수지가 균형 혹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마저 있다.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큰 폭으로 뛰었다. 버블 세븐 지역의 경우 2005년 20.7% 상승에 이어 올해에도 27.1% 올라 2년 연속 20%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토지 값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가계대출 증가액이 2004년 28조원, 2005년 44조원에서 2006년 3ㆍ4분기 현재 36조원에 이르고 있다. 2005년 10월 이후 5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인상하는 등 강도 높은 통화정책을 구사했지만 시중에는 여전히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외화 차입금이 400억달러 이상 증가하는 등 금융기관 부실화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중=파업 등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올 들어 전년에 비해 무려 47.6% 급증했다. 노사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확대됐다.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설비투자 증가율도 7%대에 머물렀다. 현금 보유액이 차입금을 상회하는 실질적 무차입 회사가 상장사 602개사 중 43.6%에 해당하는 263개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부동산 값 급등 등에 따른 버블 붕괴 우려 고조로 인해 경제주체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경제 불확실성 증대를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분석했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 단기외채 급증 등 위험요인은 더 증가하고 있어 내년에는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며 “또 경제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균형 잡힌 성장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점을 감안, 2007년 우리 경제 화두로 ‘희망 만들기’와 ‘위기관리의 강화’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