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생색내기 금리인상

김정곤기자 <금융부>

은행권의 금리인상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금리전쟁에서 공격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은행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방어하는 국내 은행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은행들의 금리인상 경쟁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연 3.4~3.6%에 불과하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무려 1%포인트 이상 오른 연 4.8%까지 높여놓았다. 마땅히 돈을 투자할 곳도 없는데다 시중금리 급등과 함께 가만히 앉아서 대출이자를 까먹고 있던 고객들의 입장에서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은 희소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을 무작정 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시중은행의 금리인상이 자체 계획에 따른 자금조달 및 운용 계획에 따라 이뤄지기보다는 경쟁 은행에 맞서기 위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출시한 고금리 예금 상품들은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은행들은 결국 수수료 인상이나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이를 만회하려고 할 게 불을 보듯 명확하다. 특판 예금이라는 게 일정규모 이상으로 한정된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은 특정 고객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고객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고객 유치를 위해 은행들이 감수하고 있는 출혈 정도는 외국계 은행보다 국내 은행들이 더욱 심각한 편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경우 이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 자금조달 비용만 올라가게 될 것이다. 더구나 어렵게 예금을 유치한다고 해도 이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은행들의 또 다른 고민이다.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고 있는 은행권이지만 금리전쟁이 벌어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순이자마진(NIM)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은행들이 치열한 영업전쟁에서 고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앞 다퉈 고금리 예금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금리인상 정책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며 따라서 여러 가지 면에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안팎의 지적을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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