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84세 최고령 네티즌 "노딩도 '챗'해요"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서 컴퓨터활용 실력 뽐내

"'챗'을 하다 '노딩'이라고 '강퇴' 당하면 얼마나 서운한지 몰러." "그러게 '홈피'에서 '이멜'이나 보내지 그러우" 80대 할머니ㆍ할아버지가 10대 못지 않은 '네티즌 용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주관으로 2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4 어르신 정보화 제전'에 참가한 '최고령' 네티즌 김노진(84.강서구 화곡동) 할아버지,오영자(81.전남 광주) 할머니가 대화자들이다. 지역별 예선을 거쳐 당당히 본선에 진출한 김 할아버지와 오 할머니는 이날 인터넷 정보검색, 워드 문서 작성 능력 등을 겨루는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에서 컴퓨터 활용 실력을 뽐냈다. 두 사람은 최고령자 특별상 외에도 침침한 눈과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 우수한 시험 성적을 올려 장려상과 상금 10만원씩을 각각 받아 80대도 컴퓨터 세대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 2001년 노인 컴퓨터 강좌의 모집 공고를 보고 직접 신청했다는 김 할아버지는 '4년차' 수준급 네티즌이지만 오 할머니는 올 3월 사회복지관 강의를 통해 컴퓨터를 처음 접한 새내기. 두 '노딩(노인대학생)' 네티즌은 "정작 컴퓨터와 인터넷 공부가 필요한 세대는 오히려 노년층"이라며 "노인 소외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인터넷을 하면친구도 생기고 손자들과도 말이 통한다"며 입을 모았다. 김 할아버지의 경우 모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으로 도메인을 등록,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정할 때도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서한다. 평소에 등산을 즐겨 등산복이나 장갑 등은 값이 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하고 여가 시간에는 채팅방에 접속해 이야기 상대를 찾는다. 오 할머니도 e-메일을 통해 미국에 있는 친지의 소식을 듣거나 초등학교 2학년 증손녀에게 유행하는 이모티콘 작성법을 배우고 있다. 인터넷 이용시 애로 사항을 묻자 김 할아버지는 "화면의 글씨가 작아 읽기가 어렵고 자판이 복잡한 것도 불편하지만 채팅방에 접속하면 내 나이를 보고 '대화가 안된다'며 강제퇴장시킬 때 벽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자들의 주민등록번호로 아이디를 발급받을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온라인 노인정' 방을 따로 개설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오 할머니는 "사회복지관을 통해 태어나서 처음 컴퓨터를 만져봤는데 너무 새롭고 신기하다"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보통신) 교육 기회가 늘어나면 고령화되고있는 세상에 세대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80대도 네티즌 세대임을 증명한 두 사람은 "우리 기사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읽겠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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