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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반상최대 같았지만

제7보 (101~121)<br>○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3회 비씨카드배 결승5번기 제3국>



흑1의 굴복은 절대. 그곳을 굴복시켜 놓고 비로소 구리는 백2로 하변을 단속했다. "백이 현저하게,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흑으로서는 중원을 모두 수습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설혹 중원을 무사히 모두 수습한다고 해도 덤을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김만수) 프로의 눈은 거의 비슷하다. 검토실의 모든 프로들이 백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었다. 구리도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특별한 사고만 일어나지 않으면 이긴 바둑이라고. 이때부터 구리의 착점들은 안전 모드로 바뀌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게 마무리하기로 작심을 한 것. 백4로 튼튼히 올라서고 백6으로 대마의 안전을 돌보고 또 혹시나 해서 백8과 10으로 백대마의 안전을 재확인했다. 나무랄 데 없는 수순들이었다. 그러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 생각은 원래 승부사에게는 쥐약과 같은 것. 구리의 눈이 안전을 바라보느라고 흐려져 있었으니…. 백12로 하변을 큼지막하게 차지한 이 수가 문제였다. 얼핏 보기에는 반상최대 같았으나 이게 생각보다 작았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백1로 지킬 자리였다. 흑2면 다시 백3으로 중원을 손질한다. 이 코스였으면 백의 여유있는 승리였다. 흑이 15에 꼬부렸을 때 구리는 5분을 망설였다. 참고도2의 백1에 젖히고 싶기는 한데 흑2면 또 백3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국심리상 이건 백이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는 느낌이다. 구리는 감연히 손을 돌려 우변을 백16으로 지켰다. 그러나 기분은 나쁘더라도 역시 참고도2의 백1, 3으로 지켜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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