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강영우 박사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 작별인사 할 시간 줘 감사"

강영우(왼쪽) 박사가 지난해 12월 자신의 정신적 동반자이자 친구인 리처드 손버그(78) 전미국 법무장관이 운영하는 장애인 권익재단에 1만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 받아 감사하다”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차관보급)을 지낸 강영우(68) 박사가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지인들에게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메일을 보냈다. 그가 성탄절에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 것은 이달 초 갑작스럽게 췌장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담석으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할 때만 해도 이상이 없었으나 이후 추가 검진에서 췌장암이 발견됐다. ‘한달여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청천병력과 같은 시한부 선고도 받았다. 충격을 받은 강 박사는 이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뒤 생애 마지막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기 위해 2주전 병원에서 퇴원했다. 강 박사는 이메일에서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며“일일이 찾아 뵙고 인사 드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차분하게 인사했다. 강 박사는 이어 “아내와 함께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온 지 40년이 다 되어간다”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속에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두 아들이 미 주류사회의 리더로서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아들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첫 아들 진석(영어 이름 폴)씨는 30만번 이상 백내장 굴절수술을 집도해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슈퍼닥터에 뽑혔으며 둘째 진영(크리스토퍼)씨는 10월 미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이 돼 2대째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다. 강 박사는 중학교 시절 닥친 실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의 실명을 통해 하나님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역사들을 이뤄내셨다”고 감사해했다. 강 박사는 중학 시절 외상으로 실명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한 뒤 1972년 도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해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다. 강 박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고 아쉬워한 뒤 “여러분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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