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이른바 '회장의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무이자자금 운용내역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철저히 비공개로 운용되던 무이자자금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농협은 조합상호지원자금을 포함해 일선 농축협에 지원하는 모든 무이자자금의 운용방식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무이자자금은 농협이 단위조합에 이자 없이 빌려주는 사업자금이다. 올해 무이자자금 규모는 8조300억원으로 농축협과 중앙회가 공동 조성한 조합상호지원자금(4조2,000억원)과 중앙회 예산으로 지원하는 이차보전자금(3조8,000억원)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자금까지의 운용실태와 배정기준 등은 공개되지 않아 농협회장의 단위조합 통제와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농협은 이 같은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년부터 자금을 지원할 때마다 농축협별 지원내역을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또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자금지원심의회 위원에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학계 등 외부인사를 추가로 참여시켜 사후관리 및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협의 갑작스러운 무이자자금 공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앞으로 회장 임기가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차기 회장부터는 연임이 불가능해 무이자자금을 무기로 단위조합을 통제하거나 선심을 살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또 농식품부가 사업구조개편 지원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무이자자금 운용실태를 공개하도록 요구한 것도 농협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자금운용 체계의 투명성을 한층 강화해 무이자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무이자자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조합상호지원자금 운용 권한을 내년 3월로 예정된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출범하는 경제지주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