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을 담은 황당한 법령 탓에 한해 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 통계가 지난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부처의 억지 논리와 몽니에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시중 외국환 은행에 신고된 취득 보고서를 집계해 매 분기 발표했던 해외 부동산 취득 관련 통계가 2012년 이후 사라졌다. 이 통계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 동향을 조사한 자료로 2012년 기준 규모가 1억9,2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달한다.
사라진 이유가 황당하다. 현행 통계법상 모든 국가 통계는 성별 구분을 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 통계도 아니면서 매 분기 왜 발표하느냐고 하길래 국가 통계 승인을 받으려 문의해봤더니 성별 구분을 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결국 통계청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2013년부터는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조항은 통계 작성 대상이 '자연인'인 경우 성별을 구분하도록 규정된 시행령 25조다. 통계 작성의 목적이나 취지에 상관없이 양성평등 차원에 모든 국가 통계를 남녀 구분해서 발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9년 시행령 개정 이전에 승인된 몇몇 통계를 제외하면 95%가량이 이 규정에 맞게 개편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취득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일반적인 해외 직접투자 통계는 남녀 구분을 안 해도 되는데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법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심의를 했지만 여성가족부에서 워낙 반대가 심해 결국 승인되지 못했다"며 "현재까지 관련 조항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완고한 여가부 때문에 개정을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