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 3차 빅뱅] (2)“우리 금융을 잡아라”

2004년판 금융빅뱅의 `메인 이벤트`는 역시 우리금융지주사의 민영화다. 정부는 완전 민영화(정부지분 전량 매각) 시한을 내년 3월로 잡고 있지만 올 상반기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과 함께 우리금융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이 시작된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외국자본과 토종자본의 대결`이다. `기업금융의 대표주자`인 우리금융마저 외국계에 매각될 경우 산업주권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계 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한미ㆍ제일은행이 매물로 나와 세계 메이저급 은행들이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토종과 외국자본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분수령= 국내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9월말 현재 38.6%. 남미나 동구권의 30~90%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19%), 일본(7%), 독일(4%)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선 턱없이 높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사 마저 외국계에 넘어갈 경우 국내 은행산업은 `외국은행`과 `토종은행`으로 양분된다. 남은 곳은 국민ㆍ신한ㆍ하나ㆍ조흥은행, 이 가운데 조흥은행은 내후년이면 신한은행과 합병을 하기 때문에 숫적으로는 외국계 은행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세계 초대형 은행 각축장 = `펀드`가 아닌 `상업은행`이 국내은행을 소유하게 될 경우 더욱 큰 변화가 진행된다. 현재 외환(론스타), 한미(칼라일), 제일(뉴브리지)은행은 모두 펀드가 주인이지만 한미은행은 곧 `외국은행`을 주인으로 맞게 될 전망이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와 미국계 씨티은행이 인수의사를 밝혔고 이르면 이 달 말 우선협상 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일은행도 올해 은행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를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만큼 `팔기에 좋은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지난해말 세계 2위의 은행인 영국의 HSBC와 진행된 매각협상이 가격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지만 올해 재협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은행 역시 외국자본에 넘어간다면 그 주체가 세계적인 상업은행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외국은행이 인수하게 되면 펀드와는 달리 한국시장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채택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은행산업 전체가 한 차례 거친 `생존게임`을 치러내야 할 지도 모른다. 국내ㆍ외 대형 은행들이 시장을 양분하면서 은행의 대형화ㆍ겸업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민ㆍ하나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경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방카슈랑스 등 겸업화의 급진전으로 국내금융회사도 이업종간 합병이라 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자본력과 금융노하우가 앞선 외국계 은행이 본격적으로 세를 확대하기 시작하면 중소형 금융회사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 `대항자본`등장할까=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금융회사와 연ㆍ기금, 산업자본이 참가하는 `사모주식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우리금융과 대투ㆍ한투, 대우증권 민영화 등에 토종자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내년에 출범하겠다는 한국투자공사(KIC)도 초기엔 외환보유액을 외화표시 자산에 투자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자산으로 투자대상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국내 대항자본이 민영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대항자본이 될 수 있는 연ㆍ기금의 경우 주식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회에 새 기금관리법안을 제출했지만 관련조항은 삭제된 채 통과됐다. 산업자본이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참여정부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방화벽을 아직 제거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 확고부동하다. 이러한 정황속에 등장한 속칭 `이헌재 펀드`가 금융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자본 2조~3조원을 끌어 모아 민영화 대상 금융회사를 외국자본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취지다. 아직 투자자와 운용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 달 중 설립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이연선기자, 조의준기자 bluedash@sed.co.kr>

관련기사



이연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