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C 여성리더쉽 마리안 루더만외 지음/ 위즈덤 아카데미 펴냄
바야흐로 페미니즘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회의 민주화와 병행하여 여성의 권리 의식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으며, 이에 부합하여 경제적 능력에 바탕을 둔 여성 독신자나 미혼자의 수도 많아지고 있다. 이혼율의 비약적인 증가와 출산율의 저하는 남성위주의 기성 사회질서나 가정질서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자의식과 권리에 대한 자각을 상징한다. 남성 중심의 호적법에 대한 저항으로 어머니 성과 함께 두 개의 성을 쓰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고,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호주가 되는 호적법의 개정도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이같은 시류에 맞춰 여성들의 권리 주장과 성공 전략을 담은 책들의 출간도 많아지고 있다. 남성위주의 조직이나 사회생활에서 여성이 살아 남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처세술에서부터 여성만의 독특한 감성과 노하우로 사업이나 재테크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나 시각에서 다소 진지성이 떨어지고 내용면에서도 크게 빈약한 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에 나온 `21C 여성 리더쉽(Standing at the Crossroads)`은 기존 여성관련 책들이 안고 있는 선정성이나 시류영합적인 측면을 떨쳐 내고 성실하게 미래의 여성 리더의 여러 조건들을 살펴 본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 책의 저자 마리안 N. 루더만과 페트리샤 J. 오롯은 조직내 여성 행동과 커리어 개발과 관련된 주제를 연구하고 있는 미국의 젊은 여성 심리학자로서 여성들이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조직의 문제해결과 의사결정,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저자들은 상상력과 감성의 시대인 21세기에 여성들이 남성적인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이에 따를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부드러운 스타일로 친밀하고 관계지향적인 리더쉽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저자들은 여성들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5가지 테마를 순서대로 검토한다. 저자는 우선 21세기 여성 리더의 조건으로 진실성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여성들이 조직의 목표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과 맞지 않을 때 혹은 남성적인 조직 풍토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은폐해야 할 때 부딪히는 문제로, 저자들은 여러 성공 사례들을 들면서 자기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평가하고 행동하며, 스스로에 대한 신념을 내면화하라고 충고한다.
둘째로 관계형성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여성들이 준거집단을 찾지 못하고 고립감 속에서 무기력하게 `유리천장`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 속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이 이룰 인생의 목표에 부합하는 멘토(스승)를 찾고, 공동체 집단을 만들며, 여러 사교단체에 가입하고 여유를 갖고 주변 사람들을 관리하라고 가르친다.
세째로 주체성의 문제에 대해 말한다. 주체성이란 자신을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는 기질과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로, 저자들은 주체성 있는 여성은 인간관계에 있어 당당하며, 목표를 세우고 조건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적응하며, 여러 가능성에 대해 항상 열린 자세를 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시기에 조직을 떠날 용기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네째 삶과 일을 통합하고 균형을 찾는 전체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저자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생관을 갖도록 강요하는 조직에서 남자들과 같은 스타일로 일중독에 빠지거나 일과 가정, 또는 일과 자신의 꿈을 양립할 수 없다고 쉽게 직장을 포기하는 일 어느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양자택일보다 다양한 일들을 통해서 업무이외의 관심사를 개발하고 세상에 대한 전체성을 획득하는 여성들이 새로이 주어지는 업무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섯째, 자아명료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자아명료성은 업무 수행중에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항상 학습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조직내의 성 역할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