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속히 옥석가려 업계전반 신뢰 높이기

"업황 급속 악화로 타격 커 지체할 시간 없다" 판단<br>일부선 "은행지원 한계…정부주도 대주단 구성해야"

건설위기 정책토론 무겁고 어두운 표정들 대한건설협회는 국회 김영선 정무위원장과 공동으로 18일 여의도에서 건설업계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의 표정에서 업계의 심각한 위기감이 엿보인다. /이호재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선별적인 유동성 지원을 통해 중소 조선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기로 한 것은 금융경색 및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조선업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사실상 지난 9월께부터 중소 조선업체들에 대한 시설투자자금 등 선박금융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등 우량 조선업체들은 충분한 현금유동성을 확보한데다 선박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소 조선업체들은 금융권의 유동성 추가 지원 이외에는 달리 생존방법이 없는 상태다. 정부와 은행권은 중소업체에 대한 신속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성장잠재력이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조선업체는 유동성 지원을 통해 살려나갈 방침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조속히 퇴출시켜 조선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방침이다. ◇‘패스트 트랙’ 통해 구조조정 유도=은행권은 기존의 중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을 적용해 구조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중소 조선업체들의 경우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18일 첫 패스트 트랙 설명회 대상으로 조선업종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이 먼저 조선업체의 신청을 받아 산업위험, 시장점유율 등 영업위험, 재무위험 등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AㆍBㆍCㆍD등급으로 나눈다. A등급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했지만 정상기업이기 때문에 주채권은행 단독으로 신규자금 지원, 이자 감면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B등급은 키코 사태 등으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기업으로 주채권은행을 포함한 채권은행단의 협의를 통해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AㆍB등급 기업은 유동성 지원을 통해 살게 되지만 부실 징후기업인 C등급은 채권은행 자율협약에 따라 공동관리에 들어가고 D등급은 퇴출절차를 밟게 된다. 조선업체는 일반 유동성 외에 키코 등 통화옵션 피해를 봤을 경우 키코 등의 손실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단 일반 유동성 지원금액 한도는 20억원, 키코 등 통화옵션 관련 유동성 지원은 10억원으로 제한된다. ◇대주단 협약 가능성도=은행권은 현재로서는 패스트 트랙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건설업체들에 적용하는 ‘대주단 협약’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도 급속한 시황 악화로 건설업처럼 업계 전반의 신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여신의 만기를 일괄 연장해주는 대주단 협약을 만든 후 신규자금 지원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체들도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대출금액이 많기 때문에 한 업체에 여러 은행이 신디케이티드론으로 대출한 경우가 많다”며 “개별 은행 차원에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주도로 대주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C&중공업도 우리은행 주도의 신디케이티드론인 1,700억원을 받지 못해 선박 시설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었다. 중소업체들은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보증을 받아 발주자로부터 선수금을 받아야 하는데 9월부터는 이 같은 보증 기능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대주단 협약을 만들기까지는 전 금융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데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 만큼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당국도 건설업계와 달리 조선업은 패스트 트랙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대주단 협약 성사 여부는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