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대 투신·증권·은행·보험·연기금·외국인/97증시투자전략

◎M&A·경기관련주 등 공격적 매수2년여동안 지속되고 있는 침체장에서 큰 손실을 본 기관투자가들이 올 한햇동안 어떤 투자전략을 취할게 될까. 지난해만 두고 본다면 7천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한 보험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관들은 막대한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주식매도로 일관했다. 기관별 순매도 규모는 ▲증권 1조7천2백억원 ▲투신 6천7백억원 ▲은행 2천8백억원에 달한다. 경기순환 사이클이 올해중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올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과연 되살아 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융기관의 속성상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입고난 다음해는 시장상황이 변한다하더라도 곧바로 적극적인 매매를 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매매패턴의 변화에 비교적 빠른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투신권과 꾸준한 매수우위를 이어가고 있는 보험권, 신규매수세로 부상하고 있는 연·기금 등의 활약이 기대된다. 투자유망종목군에 대한 전망도 기관마다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투신권은 은행주와 M&A관련주를 주매매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며 보험사들은 토목관련 건설주와 경기관련 대형우량주, 연·기금과 은행들은 업종대표주를 중심으로 일부 우량 중소형 재료보유종목을 추가로 편입시키는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이는 각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자산의 성격이 장기투자자금인 경우와 단기투자자금인 경우로 나눠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해 시장에 대한 시황관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투신, 증권, 은행, 보험, 연·기금 등 각 기관투자가들의 시황전망 및 투자전략을 살펴보았다. ◎3대투신사/초반 현금비중 확대… 강세장 대비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투신사들은 지난 한해동안 무려 6천7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소극적인 매매패턴을 보였다. 올해에도 일부 신설투신사를 제외하고 투신권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주식형펀드의 자금인출이 속도는 둔화됐지만 지속되고 있고 고객들의 중도자금 인출에 따른 주식형미매각수익증권만 무려 2조4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새로운 주식투자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한 투신권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올 1월중순 설립될 삼성제이피모건스탠리투신운용회사가 연간 1조원이상의 자금을 끌어올 계획을 세우는 등 일부 신설투신의 적극적인 주식매수와 이들이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규진 한국투신주식운용부장은 『주가가 크게 하락해 지난해 상반기처럼 미매각수익증권을 해지하기 위한 강한 매도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강한 매수세로 시장을 리드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올 1·4분기중에 강세장이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종합주가지수상 8백포인트를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은 하반기에 들어서야 주가가 경기저점 신호와 함께 상승세로 전환, 8백포인트를 넘기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시황전망에 따라 각 투신사들은 상반기 중에는 주가상승기마다 현금보유 비중을 늘림으로써 하반기 강세장을 준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만 투신사들은 합병 및 수지개선이 전망되는 은행주와 M&A관련주를 올해중 최대수익 종목으로 점치고 있어 관련종목의 활발한 매매가 예상된다.<최상길> ◎증권사/금융주·저가대형주 등 매수 유망 증권사들은 96년중 1조7천2백39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증권사들은 지난 93년 1조3백90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선 이후 94년 1조1천9백45억원, 95년 1조5천3백20억원 등 4년동안 총 5조5천5백87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이같은 증권사들의 매도추세가 97년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상품주식보유물량을 대폭 축소시켜 놓은 만큼 97년 매도물량은 이전처럼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리 주식보유물량을 줄여놓은 증권사의 경우 올 상반기중 주식매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주식매수 여력이 있는 증권사라도 이전처럼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도가 높은 자산의 비중을 가급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기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 투자유망종목으로 M&A(Mergers & Acquisitions·기업인수합병)주, 은행·증권·보험·종금 등 금융산업개편 관련주, 금리인하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저가대형주 등을 들고 있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투자전략은 상반기와 크게 다르다. 경기가 연말이나 내년 초께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할 만한 한전, 삼성전자, 포철 등 대형우량주를 매수대상종목으로 꼽는다. 대우증권의 주식운용담당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경기와 연동해 움직이는 만큼 증권사들은 경기흐름을 살펴가며 주식투자에 나설 것』이라면서 『상반기에는 관망하고 하반기들어 매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정재홍> ◎은행권/작년 평가손 여파 투자감축 불가피 은행들의 97년 주식투자 전략은 한마디로 「감축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대규모 주식평가손을 기록함에 따라 올해 주식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여나갈 계획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96년 한해동안 은행의 매수규모는 5조4천2백71억원인 반면 매도규모는 5조7천1백69억원으로 2천8백9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매수 8조7천6백억원, 매도 8조3천4백14억원으로 4천1백86억원의 순매수를 보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위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주식평가손 규모도 15개은행을 합할 경우 5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돼 은행들은 올해 주식투자를 앞두고 손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조흥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식으로 인한 손실도 문제지만 자기자본의 8%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국제결제은행(BIS)규제를 적용받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위험자산을 더 늘릴 수도 없고 손절매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96년 한해동안 주식때문에 혼쭐이 난 은행들은 주가가 확실히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한 매수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으며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해 손절매도 어려워 매매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주식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2천억원가량 줄여나간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같은 입장에 처해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대형주나 우량개별종목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보유주식의 매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정완주> ◎보험사/저평가 건설·대형우량주 관심 보험사들은 올해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아래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결산을 앞두고 있어 주식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보험사 주식운용 담당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삼성화재 주식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상반기 예상 최저지수대를 6백 포인트대로 잡고 있다』며 『이 지수대를 목표 삼아 주식투자 규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상반기중에 주가가 6백포인트대로 급락하면 주가 바닥이라는 확신아래 주식매입에 적극 나설 것이지만 이 지수대 전까지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상반기 중에는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민방관련주 등 테마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며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 기미가 확인되면 대형 우량주를 집중 매입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생명 주식팀의 한 관계자 역시 『해마다 주식투자 절대규모는 늘리지만 총 자산에서 주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여오고 있다』며 『경기 동향에 맞춰 상반기는 관망세를 유지하되 하반기부터 주식투자 규모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토목관련 건설주 및 경기관련 대형우량주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김형기> ◎외국인/매수규모 거시경제지표 따라 조절 외국인들이 국내주식 투자시 참고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경상수지나 환율처럼 경제상황 전반을 알려주는 거시경제지표들이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3조7백39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상반기 순매수 규모(2조1천67억원)가 하반기(9천6백71억원)보다 많았다. 외국인들은 96년 상반기 국내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으나 하반기 국내 경기는 악화일로를 치달았고 결국 외국인들의 매수의욕을 꺾어버린 것이다. 하반기 환율 급등도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들이 올해 얼마나 주식을 살 것인가는 경기회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자딘플레밍의 차승훈 차장은 『지난해말 외국 펀드매니저들 중에는 돈을 맡긴 고객의 요구로 할 수 없이 주식을 판 경우도 있다』며 『아직도 대다수 외국 펀드매니저들은 국내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하반기 경기 회복과 맞물려 경기관련주를 집중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지난해와 같은 불경기에도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20종목에는 한전, 삼성전관, 유공, 현대자동차 등 대형 우량주가 많았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윤 선경증권 상무는 『95년말에는 한도소진 종목이 1백여개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한도소진종목이 57개로 대폭 줄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외국인들의 선호 종목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종목들로 축소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투자해서 손해를 본 기존 외국투자가를 대신해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시에 새롭게 뛰어든 외국인들은 자동차, 전기, 가스, 화학업종에 주목하고 있다.<정명수> ◎연기금/안정성 우선 업종대표주 중점매수 연기금들은 올해 주식투자에 더욱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등 3대 연기금들은 지난해말 정부보유 한국통신주식 매입에다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주식 매수 요청으로 주식자산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 예년보다 더욱 주식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공무원연금 주식자산 운용 담당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연말 정부의 주식 매입 요청에 따라 4백억원가량의 특별자금이 주식매입에 소요됐다』며 『올해는 예년보다 주식투자 규모가 다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연기금의 투자기간이 통상 3∼5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돋보이는 업종 대표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할 방침』이라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개별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학연금 주식자산운용 담당자 역시 『주식투자자금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총 자산 증가율에 연동해 주식자산의 비중을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포트폴리오상 대형우량주와 개별종목의 투자비중을 60대 40의 비율로 재편할 방침』이라고 밝혀 올해 주식시장의 상황에 맞춰 수익성이 높은 종목의 투자 비중을 높여나갈 것임을 시사했다.<김형기>

관련기사



정명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