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후손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최근 에너지 분야의 화두는 단연 녹색성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고 청정에너지 및 녹색산업의 육성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국가 발전의 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전력 소비 행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녹색성장보다 적색성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전력 소비 증가율은 10.1%로 경제성장률 6.1%를 상회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정은 물론 공장ㆍ화훼시설ㆍ축사까지 전기로 난방을 하는 전력과소비가 나타나고 값비싼 천연가스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국가적 낭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과소비는 결국 국제수지 악화와 원화가치 하락 등을 통해 에너지가격 인상 압력을 증폭시키고 경기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급에너지를 쓰는 계층이, 그것도 많이 쓸수록 원가 이하 요금의 혜택을 더 크게 받는다는 점은 소비자 간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특히 낮은 요금은 개방경제 상황에서 전 국민의 부담이 에너지 다소비기업의 초과이윤으로 귀착되고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비중을 늘리면서 언제 닥칠지 모를 에너지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능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전력소비 적색성장의 기저에는 전기요금 저가정책과 연료비 변동을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규제체계가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008년도 이후 전력생산의 원료가 되는 유연탄ㆍLNGㆍ석유가격이 폭등했으나 물가관리 정책 등의 사유로 전기요금은 거의 동결하다시피 인상을 최대한 억제했다. 그 결과 2008년도에 한전은 3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초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후 2010년까지 연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연료비가 원가 변동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력산업의 특성상 그간의 연료비 급상승은 자구노력으로 보전할 수 있는 한계를 크게 벗어나 있어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신인도 하락과 자금조달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연관 산업 투자위축은 장기적으로 에너지산업의 동반성장 잠재력은 물론 소비자 편익을 훼손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전력산업의 성장 정체에 대비해 한국전력은 적극적인 해외사업 추진을 통한 고용 및 국부창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대해야 하나 최근의 재무 악화로 몇몇 해외입찰에서 참여 제한을 받은 사례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외에서 197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는 연료비연동제가 오는 2011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도 시행된다고 한다. 연료비연동제는 연료가격의 증가 또는 감소분을 전기요금에 매월 반영하는 선진 요금체계로서 가격시그널을 통한 합리적 에너지 소비 유도, 산업계의 원가 예측력 강화, 동계피크 발생 억제,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다만 연료비연동제는 요금 인상이 아닌 현행 원가보상률(2010년 90%)을 유지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연동제 시행과 더불어 원가보상률을 정상화시키는 전기요금 현실화도 시행돼야 한다. 아울러 지난 10년간 전기요금 동결로 원가의 36% 수준에 불과한 농사용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기업형 농사용 고객의 전력사용이 급증하고 에너지 과소비가 심화되는 등 농사용 지원 본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는 점차 고갈돼 갈 것이다. 그 결과 국제 에너지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장기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가격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전기요금을 최소한 원가 수준에는 부합하도록 현실화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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