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후변화 비밀 오래된 신문紙로 캔다

극지방 얼음·나무 대신 신문 택해<br>과거 대기 중 CO2 농도 등 파악<br>"지구 온난화 방지대책에 도움될것"

과학자들은 과거의 기후정보 파악을 위해 극지의 빙하를 굴착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종이 신문만 있으면 추위에 벌벌 떨지 않고도 산업화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많은 기후학자연구자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산업화가 지구 기후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정확히 알아야만 기후변화를 막을 최적의 대응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지구화학자 댄 야키르 박사도 이처럼 인간이 환경에 가한 악행을 파헤치려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특히 그는 인류가 대량의 화석연료 사용을 본격화한 18세기 산업화 초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화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명백하게 밝혀내고자 하는 것.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연구대상은 다름 아닌 오래된 신문이다. ◇나무로 만든 샐러드=과거의 공기 성분을 알아내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극지의 얼음층에 갇혀 있는 공기방울을 찾아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법은 얼음의 생성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1만년 단위의 기후변화 추이는 파악돼도 특정 연도, 일례로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10년의 기후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근시대의 경우 나무를 이용한다. 나무의 나이테에는 매년 광합성 과정에서 흡수된 공기 성분이 들어 있어 연도별 기후 분석이 가능한 탓이다. 다만 이 또한 100~2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서식했던 나무의 표본 수집이 쉽지 않다는 게 난제다. 야키르 박사가 극빙(極氷)이나 나무 대신 신문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펄프가 원료인 종이는 나무로 만든 샐러드와 같다는 판단에서다. 신문은 또 정확한 발행일이 손쉽게 파악된다는 이점도 있다. 이에 그는 미국 전역의 유서 깊은 신문사에 18~19세기께 발행된 신문 샘플을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 전 끈질긴 설득 끝에 1872년 창간한 보스턴글로브로부터 1800년대 말의 샘플 100여장을 얻어냈다. 이렇게 확보된 샘플은 산소가 과잉 공급되는 1,100~1,200도의 오븐에서 태워진다. 종이 속 탄소(C)와 산소(O)를 결합시켜 이산화탄소(CO2)를 얻기 위해서다. ◇탄소-13과 탄소-12=야키르 박사에 의하면 이런 이산화탄소의 동위원소를 분석, 탄소-12와 탄소-13의 비율을 보면 신문 제작 연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 수 있다. 그 원리는 이렇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소는 약 99%가 탄소-12며 탄소-13은 극미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나 식물 바이오매스의 변환물인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에 함유된 탄소-12와 탄소-13도 동일한 비율을 유지한다. 그런데 화석연료를 태우면 두 동위원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그만큼 탄소-13의 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즉 신문의 연소 가스에서 탄소-12 대비 탄소-13의 비율이 예전보다 낮다는 것은 그 시기의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났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며 이를 기반으로 이산화탄소 농도의 추정도 가능해진다. 미국 애리조나대 나이테연구소의 스티븐 레빗 소장은 신문을 이용한다는 점이 야키르 박사의 이론 중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 설명한다. 신문은 넓은 지역에 서식했던 나무들이 섞여 있을 개연성이 높아 분석의 신뢰성을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문사와 도서관을 통해 더 많은 국가와 지역의 신문 샘플을 구하고 있는 야키르 박사는 미국 파퓰러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구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초기 산업사회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밝혀지면 인간의 기술발전이 초래한 지구 기후의 변화를 알려줄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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