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토론거쳐 수상자 선정/공산미술제 ‘신선한 충격’대상 이중재씨 「아! 대한민국」
우수상 김승영씨 「심」
김윤경씨 「어느 철학가의 방」
최근 미술계에서는 열린 마당의 장을 만든 한 공모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동아 갤러리에서 개최해온 공산미술제가 그것으로 올해로 4회째 행사. 동아그룹을 창립한 고 최준문 선생의 문화사업에 대한 유지를 기리기 위한 미술공모전으로 지난 94년 출범했는데, 입체·설치분야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에는 심사과정에 공개토론의 장을 마련해 미술문화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은 것. 총 91점의 출품작들중 두차례에 걸친 예비심사를 걸쳐 선정된 6명의 작가들과 심사위원 및 관객들이 지난 19일 공개토론을 벌인후 최종 수상자를 선정됐다.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미술세계와 속내를 투명한 토론의 장을 통해 드러나내게한 이번 공모전은 때문에 조형미와 담론을 삼투시킨 형식미를 창조한 새로운 자리였다.
최종 공개토론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된 제4회 공산미술제의 대상에는 설치물 「아! 대한민국」을 출품한 이중재씨(31·중앙대 서양화과)가 뽑혔고, 우수상은 설치작가인 김승영(34·홍익대 조소과) 김윤경씨(27·이화여대 조소과)에게 돌아갔다.
대상수상자는 1천만원,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 8백만원씩 창작 후원금이 지원되고 오는 99년에 초대개인전을 동아갤러리에서 갖는 특전이 부여된다.
오광수(환기미술관 관장), 강태희(한국예술학교 교수), 최태만씨(미술평론가)가 심사위원으로 나온 최종 공개토론회에서 대상 수상자 이중재씨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망설임, 초조함 따위나 욕망 혹은 불평등 억압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가 우리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 비가시적인 폭력을 몇 가지 기계장치와 음향작업을 통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가운데에 샌드백을 설치해놓고 주변을 여러개의 마이크로 포위시킨 그의 작품은 마이크에서 차례로 「아!대한미국』이라는 노래가 뒤틀린 목소리로 흘러나오면서 샌드백을 구타하는 소리가 둔중하게 들린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래가 갖고 있는 고유의 속도를 지연시켜 모순이 강요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 강요가 곧바로 가시적인 폭력이 되어 나타나도록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날 전체적인 공개토론 분위기는 이중재씨의 작품이 그중 돋보인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대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을 받은 김승영씨의 작품 「심」은 반쯤 열린 문 안에서 노크 소리가 나오고 전구가 빛을 발하는 설치물. 외부인이 노크 하기전에 안쪽에서 먼저 노크 소리가 들리는 이 작품은 미술평론가 최태만씨로부터 『우리의 사고를 전복시키면서 역류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역설의 미학을 보여준다』는 평을 들었다.
작가는 『지극히 물질화된 사유체계를 갖는 현대인들의 물질관에 의문을 제시하고 명상에 이르게함으로써 인간의 존재에 대한 전일적인 사유체계를 환기시키고자 한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어느 철학가의 방」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김윤경씨의 작품에는 퍼즐 책상과 퍼즐 의자가 등장한다. 소품으로 등장한 옷들은 또 서로 묶여져 자아를 감추는 역할을 한다.
오광수 환기미술관관장은 총평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자리였다』면서도 『소재나 개념이 획일화될 위함성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산미술제와 관련 이민섭 동아갤러리관장은 『공개토론이란 새로운 형식으로 열린 이번 미술제는 오늘의 미술계가 안고있는 논점을 점검하는 첨예한 토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낼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