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세계화의 부산물


부동산 버블이 세계화의 부산물인가.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지난 수 십년 세계 부동산 거품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적 현상이 눈에 띤다. 유동성 급증. 바로 달러 표시 준비 자산이 급격히 불어나며 자산 가격 초인플레이션을 유발, 거품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천문학적 대미 무역흑자로 부동산 사재기를 하다가 10년 불황을 맞은 일본. 그 뒤를 잇는 중국의 최근 부동산 거품 원인도 유사 사례다. 남미의 경우 외채 형태로 그리고 90년대 초 스칸디나비아 반도국들은 외국 자본으로 인해 유동성이 급격히 커졌다 벼락을 맞았다. 부동산 거품 붕괴의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도 따져보면 이 같은 버블 붕괴의 한 과정이다. 사태는 외국자본이 유출된 1997년 당시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라 이전 10년 동안 막대한 달러화가 유입되면서 일찌감치 싹을 키웠다. 버블 생성의 메카니즘은 우선 일정 기간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추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낳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기대가 시장에 확산되면서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고 그 결과 시장 가격이 다시 상승, 가격 상승 기대가 현실화하는 이른바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반복되면서 거품을 키워 간다. 이 과정에서 특히 문제를 확대시키는 게 세계화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 자금시장이 자유화되며 하루에도 수조 달러가 국경을 넘나들며 각국의 금융시장이 갈수록 동조화하고 있다. 거기에 사람들에게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주택금융제도의 확대는 자본 이득에 대한 기대상승 투기적 수요,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잃은 부(富)를 부동산에서 되찾도록 부추겼다. 과거에 없던 전세계적 부동산 거품의 동반 확산이 바로 이 같은 세계화의 결과 물이란 점은 부인키 어려운 사실이다. ▲지난 주 전격 시행된 중국의 위앤화 절상이 미국 부동산 버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도 같은 궤(軌)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위앤화 절상이 미국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를, 중국에는 경제 버블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임스는 우선 이번 조치가 아시아 자금의 미국 유입에 제동을 걸 것이란 진단을 내리고 있다. 즉 미 경상수지 적자 축소가 해외 차입금 감소로 이어지며 유동성 감소-금리 인상-부동산 버블 붕괴를 만든다는 것. 미 국채가 덜 팔리면 이에 연계된 장기 모기지 금리가 상승해 주택 버블이 꺼진다는 논리다. 더불어 위앤화 절상은 핫머니의 중국행을 가속화시켜 경제 전반에 자칫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했다. 아직까지도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일본의 10년 불황도 부동산 버블이 세계화와 맞물린 환경으로부터 촉발됐다. 당시 일본의 정책 당국은 세계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국내 경제의 문제점 역시 옳게 진단하지 못했다. 특히 그 같은 실정(失政)의 한 가운데는 1993년 자민당 단독 정부 붕괴 이후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된 배경이 도사리고 있다. 전세계가 합동으로 돈 잔치를 벌이며 마구 끌어올린 부동산 판을 이제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 앉히는 가가 지금 지구촌이 맞닥뜨린 최대 문제다. 한수 더 뜬 투기적 광풍이 몰아친 한국도 급기야 은행장들이 모여 거품 붕괴에 대한 공식 경고를 한 게 바로 최근이다. 세계화의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말하기도 전, 정책의 신뢰부터 잃어 버린 상황 속에 또 한번의 정부 부동산 대책이 내달 나온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불황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지만 마음을 편안히 갖기엔 정부의 미더운 경제 리더십부터 우선 부재(不在)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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