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은 총재 책임없나/이세정 정경부차장대우(기자의 눈)

최근의 경제난국은 인재다. 기아사태가 표면화된 지난 7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요청이 거의 불가피해진 현재까지 한국 경제는 최악의 수순만 밟아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거듭된 실책과 실기로 뻔히 보이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지적하고 있다.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실무자들은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기아사태 발생 이후 그동안 수차례 금융위기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대책마련을 건의할 때마다 정책결정자들은 들은 척도 않더니 결국 이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이 19일 전격 경질됐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난국의 책임을 일단 강부총리에게 묻고 있다. 강부총리의 시장경제논리가 기아사태를 장기 표류시키는 바람에 금융위기의 초기 진화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또 김수석 역시 강부총리의 충실한 대변인 역할만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반면 이경식 한국은행총재는 그동안 말없이 지내다가 이제서야 해외차입을 위해 금융외교에 나선다고 갑자기 부산한 모습이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이총재도 사태 악화의 원인제공자 중 한 사람임을 부인키 어렵다. 제일은행 등 부실은행에 대한 지원, 외환시장 개입, 자금난 해소 등은 모두 예외없이 한은의 업무다. 최종 결정은 재경원이 내린다는 주장은 날마다 자금, 외환시장을 보고 시장에 개입하는 한은이 고유한 책무를 회피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은법 개정문제와 관련, 한은총재와 부서장들이 서로 다른 입장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 금융계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총재의 입장이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면 노조는 몰라도 최소한 부서장들은 자기 소신을 따르도록 조직장악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외국 금융관계자들은 최근 한국 경제상황과 관련,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바로 「데모하는 중앙은행」의 모습이라고 꼬집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는 임기와 관계없이 물러나야 한다. 금융대란이 한창 불붙은 상황에서 온몸을 던져 뛰어도 모자랄 한은직원들이 엉뚱한 곳으로 몰려가 실력행사를 벌이도록 방기한 점만 따져도 총재에 대한 인책 사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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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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