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연인들의 줄다리기, 그리고 화려한 로맨스<br>영화 '오만과 편견'


영국 BBC가 선정한 ‘1,000년간 최고의 문학가’ 설문조사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제인 오스틴(1775~1817). ‘센스 앤 센서빌리티’ ‘엠마’ 등 그녀의 걸작들은 예의 스크린에서도 그녀의 담담한 필체와 여성을 향한 섬세한 감성 묘사가 탁월했다.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오만과 편견’이 영화로 옮겨졌다. 국내에서만 35종의 번역본이 출간될 정도로 낯이 익은 영문학의 고전이다. 매력적이면서도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좋은 신랑감에게 시집 보내는 게 목표인 베넷가의 둘째 딸. 그녀가 살고 있는 조용한 시골에 명망 있는 신사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가 묵는다. 무도회장에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에게 반하지만, 만날 때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줄다리기만 계속한다. 여기에 다아시의 오만에 찬 말을 우연히 엿들은 엘리자베스는 그에 대한 편견만 쌓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다아시를 속물로만 여기며 외면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오해는 풀어지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진심을 알고 사랑을 확인한다. 영화는 문학사의 고전인 이 작품에 별다른 각색을 하지 않는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00년대 풍경을 충실히 재현했고, 배우들의 대사도 원작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 원작 발간 당시 파격적이기까지 했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역시 200년을 훌쩍 건너뛰어 감독과 각색자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제했다. 지금 세태에선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엇갈림을 다룬 영화는 2006년 우리 관객에게는 다소 진부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진부함 뒤에 묻어나는 영화의 생동감은 단연 여주인공 엘리자베스의 활달함에 전적으로 기댔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던 키이라 나이틀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꿈꾸는 엘리자베스를 통해 당당하면서도 새침하고,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론 드러내지 않는 여자의 매력을 한껏 표현했다. 첫 만남의 설레임부터 오해를 딛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수 천번은 더 우려 먹었을 법한 이야기를 그래도 볼 만하게 이끌어 낸 힘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의 이름이 생소한 관객이라도 그녀의 얼굴만큼은 낯이 익을 듯. 영화 ‘러브 액츄얼리’ 중,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문 밖에서 남편 친구에게 캐롤송과 함께 사랑한다는 피켓 고백을 받았던 바로 그녀다. 24일 개봉.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