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물가는 못잡고 官治 기업만 멍든다

정부, 가격 통제 도 넘어 시장경제 기반마저 흔들


물가를 잡는다며 기업을 직접 압박하는 정부의 가격통제가 도를 넘어 시장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관치 남발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잡히기는커녕 계속 오르고 있어 애초부터 잘못된 처방이라는 비판이 정ㆍ관계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가격통제가 기업의 계속성을 담보해주는 이익구조를 크게 손상시키고 주주가치를 훼손,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데 있다. 또 납품업체들도 원가 상승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상생을 강조해왔던 정부가 중소업체들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정부는 친서민을 위한 물가잡기라는 명분 아래 석유류ㆍ밀가루ㆍ설탕 등 일반 소비재는 물론 철강ㆍ시멘트 등 산업재에 대한 전방위 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본업을 뒤로 미룬 채 '기업 때리기'식 물가관리에 나선 것도 모자라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까지 가격통제에 가세해 요즘 행정부는 마치 30~40년 전 개발독재 시대로 회귀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6일에는 구제역 살처분에 따라 젖소 수가 감소한 여파로 가공용 우유 값을 올리려던 서울우유가 하루도 안 돼 돌연 인상방침을 철회했다. 또 정부가 정유사 원가구조를 문제 삼으며 압박을 가해 결국 정유사들이 일제히 난방용 등유 가격을 리터당 50~60원씩 내렸다. 백화점 및 유통업체들도 판매수수료를 공개하겠다는 공정위의 강수에 밀려 판매수수료와 주요 생필품 가격 인하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가 유통업계 관계자를 불러 국세청ㆍ공정위 조사 등을 운운하며 생필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부처가 모두 나서 기업들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원인과 대책이 동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애당초 관치로 물가를 잡으려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기업들의 고삐를 죄면 몇몇 품목의 물가는 일시적으로 내려가는 현상을 보이지만 몇 달 후 원상복귀하는 게 물가의 속성"이라며 "물가는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로 관리할 수 있는 경제변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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