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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4월 29일] 과연 무역 탓인가?

미국인들이 무역에 화가 나 있다. 민주당의 두 대선주자를 포함한 정치인들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려고 애쓰고 있다. 무역은 얼마나 비난받아야 하고 행정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역이 개인적인 삶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데는 의문을 제기하기 힘들다. 예컨대 4년 전 매사추세츠 윌밍턴에 있던 산미나-SCI의 회로기판 공장이 아시아로 이전한 후 500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 자유무역이 확산된 1970년대 이후 미국인들의 생활이 고달파지고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임금인상률은 생산성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고 경제성장의 과실은 일부에만 돌아갔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무역에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무역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다. 많은 미국인들도 자유무역을 통해 수입품을 저렴하게 사고 수출을 늘려왔다. 지난 10년간 사라진 일자리보다 새로 생긴 일자리가 더 많다. 매년 1,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에 1,700만개 일자리가 생겨났다. 지난 1997년과 2007년의 실업률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바로 무역 덕분이다. 임금격차가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로런스 하버드대 교수는 1990년대 이후의 임금격차가 무역과는 별다른 상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무역비판론자들은 값싼 수입품의 위협을 과대평가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보통 해외에서 조립되고 있을 뿐이다. 주요 부품은 미국 등의 고임금 국가들이 만든다. 게다가 저임금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상품들은 미국시장에서 생산되지 않은 지 오래된 것들이라 미국시장을 위협하지도 않는다. 막무가내식으로 무역을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선주자들은 유권자들을 존중하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물론 무역으로 소외받는 근로자들을 살릴 수 있는 사회안전망은 확대해야 한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교육과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킬 사회기반시설 투자도 필요하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혁신적인 세제개혁도 요구된다. 미국 근로자들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핑계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무역협정을 비판하는 것은 선거전에서는 나올 수 있는 구호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미국경제의 문제를 풀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외려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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