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물가가 올라도 수익률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실물자산 관련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물가상승과 함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자 시중은행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수익률 잠식 효과가 작은 실물자산 관련 상품을 앞 다퉈 판매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런던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값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골드가격연동’ 상품을 오는 18일까지 판매한다. HSBC도 알루미늄ㆍ금ㆍ중질유 등에 투자하는 ‘천연자원 투자상품 컬렉션’을 판매 중이다. 씨티은행은 금과 원자재 등 실물자산의 가격에 연동되는 펀드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은행권은 골드뱅킹에도 적극적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골드바의 경우 한동안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수십통씩 문의전화가 쇄도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다시 ‘골드뱅킹’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원화나 달러로 돈을 입금하면 이를 금으로 바꿔 통장에는 그램(g) 단위로 적립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인 ‘신한골드리슈 금적립’과 ‘금자유통장’의 11일 현재 잔액은 8,527㎏으로 지난 3월의 8,756㎏보다 다소 줄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실물자산 투자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은 물가급등과 함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자 은행 예ㆍ적금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9%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물가불안은 최근 들어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실물자산에 투자할 때는 환율 전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물자산 가격은 변동성이 큰데다 환율 추이에 따라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금이나 원자재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확산되자 은행권에서도 관련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