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여야 복지경쟁 경제 망칠것"

경제계 원로 김만제 前부총리 쓴소리


한국 경제계의 원로인 김만제(76ㆍ사진) 전 경제부총리는 24일 "복지에 대한 욕구와 글로벌화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상당히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복지확대 경쟁에 치중하고 있는 현 정치권에 각성을 요구하면서 정부는 '재정 사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개원 40주년 국제회의에 KDI 초대 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 전 부총리는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고생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강대 교수를 거쳐 KDI 초대 원장, 경제부총리, 포항제철 회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한 한국 경제계의 원로이다. 김 전 부총리는 복지확대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보수 정당(한나라당)과 비보수 정당이 지금은 모두 복지를 해주겠다고 나오는데 경제는 이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미국 공화당은 변함없이 보수이념을 유지하지만 한나라당은 인기를 얻으려고 (이념을) 바꾸는데 그런다고 보수세력이 당선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 과정에서 경제만 망가진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복지를 내세우면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막상 (복지를) 해보면 (결과는) 형편없다"며 "(결과가 안 좋으면) 정권이 또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재정건전성을 사수해야 한다"면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른바 '중국 위협론'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맹신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요즘 언론을 보면 중국이 동남아를 다 집어삼키고서 언젠가 미국도 초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러나 "중국도 어느 수준이 되면 성장률이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20~30년 후 미국을 앞서는 것은 어림도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김 전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오랜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71년 김학렬 당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KDI 설립을 주도하면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김만제 서강대 교수가 제격"이라면서도 나이가 너무 젊다며 부원장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김만제 교수는 서울경제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이 아닌가. 나도 그 양반 칼럼을 많이 봤다"며 37세의 젊은 교수를 KDI 초대 원장에 앉히는 파격을 감행했다. 김 전 총리는 "서울경제신문과 나는 이렇게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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