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탱크 "인기 많아도 괴로워"

9번홀 갤러리 방해로 보기… 17번홀까지 1언더

최경주(38ㆍ나이키 골프)가 때로는 가장 큰 적으로 돌변하는 팬들의 응원 속에 중위권으로 밀렸다. 13일 한국 최초의 유럽투어 경기인 발렌타인 챔피언십 1라운드가 펼쳐진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 9번홀(파5ㆍ557야드). 최경주는 그린까지 오르막을 감안해 약 100야드 거리에서 세 번째 샷을 준비 중이었다. 볼은 깨끗한 페어웨이에 있었고 웨지로 가볍게 붙여 버디를 할 수 있는 상황. 파4였던 7번홀에서 티 샷과 세컨 샷을 거푸 실수하면서 갈대 숲에 볼을 넣는 바람에 언플레이어블(Unplayable)로 1벌타를 받아 더블보기를 한 뒤 8번홀 버디로 1타를 만회한 터라 줄 버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의 백 스윙은 부드럽지만 힘차게 올라갔다. 하지만 다운스윙이 ‘띠리링’하는 휴대폰 카메라 소리에 놀라 움츠러들었고 결국 손바닥만한 디보트를 남기며 뒤땅을 쳤다. 그의 모습을 담아 두려던 팬들이 셔터를 눌러댄 것이었다. 한 여성이 “스윙을 다 한 다음에 찍었다”고 중얼거리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사이 그 앞과 뒤쪽에서 남성들이 슬그머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최경주는 원망하듯 갤러리들 쪽을 한참동안 바라봤지만 뭐라 말하지 못한 채 볼이 박혀버린 벙커로 향했다. 벙커 모양 때문에 스탠스를 잡기도 힘겨운 상황에서 4온한 최경주는 결국 보기로 홀아웃 했다. 3, 4번홀 버디를 7번홀 더블보기로 날렸던 그가 8번홀서 애써 잡은 버디를 9번홀 보기로 또 잃어 이븐파로 전반 9홀을 마쳐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후반 첫 홀인 파5의 10번홀에서 버디를 낚았기 때문에 9번홀 보기가 더 아쉬웠다. 하지만 최경주는 감정의 기복이 커질 수 있는 위기를 잘 견뎌내며 톱 랭커다운 플레이로 갈채를 받았다. 7번홀 더블보기 이후 8번홀 버디, 9번홀 보기 이후 10번홀 버디로 플레이 흐름을 잡아나간 것은 세계랭킹 5위다운 면모였다. 샷 감이 최상은 아니었고 느린 그린에도 재빨리 적응하지 못해 스코어 기복이 있었지만 그의 표현대로 ‘만족은 못해도 낙담할 성적은 아닌’ 날이었다. 그는 오후 4시30분 현재 15번홀까지 이븐파를 기록 중이다. 최경주와 동반 라운드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23ㆍ한국이름 김하진)은 20대 다운 파워 스윙을 구사하며 15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2개 낚으며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한편 일찍 경기를 마친 선수들 중에는 황인춘(34ㆍ토마토 저축은행)이 버디6개와 보기2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제주 출신인 양용은(36ㆍ테일러메이드)은 버디 4개와 보기5개로 1오버파 73타에 그쳐 중하위권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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