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덫에 빠졌다 ■ 내년 10년만에 '쌍둥이 적자國' 된다적자 크면 재정통한 경기조절 처방 불가능KDI도 "성장 잠재력 위축" 경고 메시지일부선 "경상수지 적자 적어 견딜수 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쌍둥이 적자 출현에 대해 정부는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 98년 이후 올해까지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지속돼온데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해 미미한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지속 역시 북한 핵실험 여파에 따른 환율 절하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련의 경제흐름에서 쌍둥이 적자 출현은 한국 경제의 체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예사롭게 넘길 상황은 아니다. 실제 KDI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4.5~5%)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동전의 양면과 같은 측면이 적지않다”며 “경상수지 적자, 4%대 초반 성장률 등을 우리 경제가 저성장 트랩에 빠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시경제정책 수단 한계 봉착하나=쌍둥이 적자가 등장해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적자 규모가 크게 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쌍둥이 적자의 여파가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균형 수준까지 축소되는 현시점에서 재정을 통해 내수지출 확대를 추구하는 정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해석하면 재정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쌍둥이 적자까지 출현할 경우 재정을 통한 경기조절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리 역시 외자유출로 인한 인상 가능성이 상존해 한마디로 재정ㆍ금리 등 거시경제 운용수단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쌍둥이 적자 출현은 당장 거시정책 운영에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울러 장기화됐을 때 적자 규모가 작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적지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성장 트랩 빠진 한국 경제=내년 경상수지 적자 반전에는 환율 하락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KDI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만 변해도 경상수지 전망치는 10억달러 내외 수준의 영향을 받게 된다. 아울러 30억~40억달러의 경상수지 변동이 연간 수출(혹은 수입)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반전은 우리 국민의 실질소득 증가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에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 쌍둥이 적자가 마무리되더라도 현재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점을 들어 한국 경제에 조심스러운 경고를 보냈다. KDI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96~2005년 연평균 1%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전 10년간(86~95년)의 1.2~2.1%보다 현저히 낮은 것이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는 우리 경제의 성잠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며, 아울러 잠재 성장률(4.5~5%)도 버거울 수 있다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KDI의 한 관계자는 “경상수지 적자 등 쌍둥이 적자 출현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려했던 대로 쌍둥이 적자가 장기화ㆍ고착화된다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쌍둥이 적자란? 쌍둥이 적자는 레이거노믹스의 결과로 발생한 미국의 재정과 무역 양대 적자를 말한다. 레이거노믹스로 재정수지의 불균형이 심화돼 실제 능력과는 달리 달러 강세를 초래, 무역수지 적자가 급속히 확대됐다. 그러나 요즘 쌍둥이 적자는 경상수지(재화와 서비스 포함)와 재정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있다. 미국이 재정과 무역(상품수지)에서 동시에 적자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재정과 경상수지에서 쌍둥이 적자 출현이 예고돼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6/10/17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