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감독기관 통합 신중을/김병기 동국대학교 부총장(기고)

○작은정부와 상치16일 재정경제원이 발표한 금융개혁안 가운데 감독기구 개편내용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아래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금융감독원을 두어 기존의 은행, 증권, 보험 등 3개 감독업무를 이관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법률 제·개정권과 설립인가권 등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권한은 재정경제원이 담당하고, 금융관련규정 제·개정권과 금융기관 경영관련 인·허가 및 금융감독원 지시감독업무는 금융감독위원회, 통화신용정책은 한국은행이 각각 관장하게 되는데 이러한 구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2년반 전에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한 맥락과는 상치되는 일이 된다. 즉 금융관련 규정 제·개정과 금융기관 경영관련 인·허가 및 검사, 제재 등 감독업무가 재정경제원에서 국무총리 직속의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되면 사실상의 금융부가 신설되는 셈이 된다. 이는 하위조직은 통합시키면서 상위조직은 오히려 신설 내지 분산시키는 것으로 조직논리상 앞뒤가 맞지 않는 모양새가 되어 일반국민이나 이해당사자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둘째, 국가의 중요한 금융정책 수립과 감독업무 등을 재정경제원과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 세기관에 분산시켜 놓을 경우 과연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피감독기관 입장에서 보면 종전보다 감독기관이 더 늘어나는 셈이 되어 중복감독의 폐단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감독기관 통합이 피감독기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면 이번 개편안은 오히려 전보다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되새겨 볼 일이다. 셋째, 감독기구 통합은 세계적인 금융겸업화 추세에 부응하여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나 이같은 주장은 매우 피상적인 것이다. ○증복감독의 폐단 은행 보험 증권업의 성격이 서로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감독기능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예는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통합은 조직의 비대화와 비전문화를 초래하여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하게 된다. 현재와 같이 테크노크라트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감독업무의 전문화가 필요한 시기다. 뿐만 아니라 금융권간 겸업화가 상당히 진전된 미국, 독일 등 선진외국에서도 각각 독립된 감독기관에서 감독을 실시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 타당성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보험감독 업무는 상공부(DTI)의 관할이나 보험수리는 정부의 계리국에서 맡고 있고, 저축성 생명보험에 대해서는 SIB(Securities Investment Board)에서 감독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간이생명보험계정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성의 감독을 받는 등 감독기능이 매우 다양화 되어 있다. 지난번 영국의 금융감독 체제개편에서도 이와 같은 보험감독체계는 변함이 없었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 통합에 대한 연구는 보다 시간을 가지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협의체 구성 필요 저마다 생성된 바탕과 속성이 다르고 문화와 전통이 다른 3개 감독기관을 충분한 연구와 검토없이 물리적으로 합친다는 것은 혼란과 내부갈등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강행할 경우 금융감독의 통일성과 피감독기관의 경비부담 감축 등 몇가지 눈에 보이는 이점에 앞서 통합으로 인한 전문성 상실과 상호불협화에 따른 파행적인 감독행태 등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므로 급작스런 인위적 통합보다는 우선 감독기관은 현행대로 두고 3개 감독원간의 협의체를 구성, 상호간의 정보공유와 협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통합문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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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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