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사주 취득 기업 봇물… 옥석 가려야"

일부 현금성 자산 부족불구 증시 진정조짐에 무리하게 강행<br>"주가 장기부양 도움 안돼… 하락땐 치명적"


증시하락이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자사주를 취득하는 기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이 있어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한국기업평가가 증권사와 1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등 5개 이상의 업체가 자사주 매입이나 신탁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전날에도 8개 회사가, 지난 28일에는 9개의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화우테크 등 올 들어 두 번 이상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한편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최근 지나치게 주가가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자사주 취득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마치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는 회사는 주주이익을 보호하는 데 소홀한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 내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억지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나서는 회사도 있다. 이날 10억원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A사는 올 상반기 12억5,000만원 매출에, 무려 5억8,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6월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1억원밖에 없다고 공시한 상태여서 이를 자사주 취득으로 모두 투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날 증권사와 1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한 B사는 6월 말 현재 22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있지만 상반기에만 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이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더 많아 45억원이나 됐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자사주를 매입할 만한 여력이 안 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올해 초 대비 3분의1로 토막 난 상태에서 주가를 부양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며 자사주 매입 강행 이유를 설명했다. 자사주를 취득, 소각해야 주주가치가 올라가는데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 이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자사주 매입 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업체들도 적지 않은데 단지 증시 부진에만 이에 대한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것이다. 한병화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현금유동성이 부족함에도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주식을 매수,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 들어오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주가에 전혀 도움되지 않고 혹 주가가 하락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