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예산을 누가 마련해야 하는가를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대립이 이어지면서 보육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민들의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양측이 배수진을 치고 격돌하는 모습이어서 실제 예산고갈이 예상되는 오는 9월까지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지자체의 무상보육 예산지원 요구를 계속해서 외면할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며 경고했다. 협의회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무상보육이 중단된다는 내용을 알리는 등) 여론전을 펼치자는 논의도 했다"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할 수 있는 집단행동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협의회의 요구사항은 보육법 개정안 통과와 정부의 지자체 지원금 즉시 지급 등 크게 두 가지다. 영유아보육사업의 국고보조율을 인상하는 보육법 개정안의 통과는 서울 자치구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7개월째 계류돼 본회의장에 나가보지도 못한 채 숨죽이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 여야 합의로 마련된 이 법안만 통과되면 당장 서울시에 대한 국고보조율이 20%에서 40%로 20%포인트 상향되기 때문에 2,095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온다. 여기에 정부가 약속했던 지원금 1,355억원까지 예정대로 지급되면 서울시는 258억원만 부족한 상태가 된다. 서울시 예산담당 관계자는 "계획대로 국비가 지원될 경우 부족분은 서울시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부족한 3,708억원은 추경예산 편성이나 예비비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지자체에 추가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고 새누리당 역시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당장 이달 법사위에서 보육법 개정안이 상정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 지급도 지자체가 추가적인 보육예산 마련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현송 서울구청장협의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과 차례로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강남구는 구청장협의회 공동성명에서 빠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추가 분담분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도 문제인 만큼 서울시의 추경예산 편성 노력도 필요하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강형구(31)씨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수당과 어린이집 비용으로 매달 50만원 가까이를 받고 있는데 이 돈이 갑자기 끊긴다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며 "부모들이 걱정 없이 애들을 키울 수 있게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