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기 시정을 이끌 경제사령탑으로 45세의 젊은 컨설턴트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원순노믹스' 가동에 나섰다.
서울시는 16일 새로운 경제진흥실장으로 맥킨지 한국지점 서울사무소 파트너 출신의 서동록(45)씨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경제진흥실은 서울의 경제·산업 성장 정책을 관장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업무 등을 총괄하는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서 내정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행정고시 37회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행정사무관으로 7년간 근무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로 자리를 옮겨 13년간 기업의 성장 전략, 운영개선, 마케팅 등 다양한 경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1급이지만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경제진흥실장에 행시 출신의 40대 민간 컨설턴트를 내정한 것은 박 시장이 서울의 경제전략을 새로 짜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검증된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 내정자는 지난해 4월 초 "한강의 기적은 멈췄고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제2차 한국 보고서, 신성장 공식' 보고서를 펴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정 경영개선 컨설팅 프로젝트 책임자로 참여하면서 서울시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한국 경제에 영향력이 큰 기관이나 인물들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서울형 창조경제 육성 등 경제활성화 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서울시에 적절한 경제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지난 2005년 이후 서울의 지역총생산(GRDP) 연평균 증가율은 2.8%로 수도권(4.6%)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만큼 서울의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GDP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26.3%에서 2011년 22.3%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서 내정자는 서울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큰 틀의 전략을 짜고 박 시장이 이미 밝힌 구로 G밸리와 상암DMC, 동대문창조경제클러스터, 신촌·홍대·합정밸리, 개포동 모바일 융합클러스터 등 5대 창조경제거점 육성과 영동권역 일대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단지 조성, 한강개발 등 굵직한 경제전략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개발되도록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일부에서는 과거와 같은 개발정책을 배제한 채 서울의 경제활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한계가 있고 민간 컨설턴트가 상하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직사회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강력히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박 시장의 파격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 내정자가 이 난제들을 우선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