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시장 '관망세' 짙어진다

위작논란·삼성특검 맞물려 첫 경매 연기등 업체들 눈치보기만<br>컬렉터들 '블루칩' 출품 꺼려<br>소품 중심 중저가 경매 위주로

최근 위작 시비에 휘말린 박수근의 '빨래터' . 지난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 2,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며 낙찰됐다.

K옥션 자선경매에 출품될 이동기의 '꽃밭'

미술시장에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경매 시장의 위축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고가(高價) 중심의 경매가 주를 이뤘던 지난해와 달리 소품 중심의 중저가 경매가 봇물을 이루는가 하면 올해 오픈을 앞둔 중소 경매업체들은 첫 경매 시기를 저울질을 하는 등 업계의 눈치작전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미술계가 한판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시장이 주춤해진 가운데 최근 박수근 위작 논란과 삼성 비자금 특검이 맞물리면서 미술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박수근ㆍ천경자 등 이른바 블루칩 작가들의 걸작을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들이 출품을 꺼리고 있어 경매업체들이 좋은 작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옥션은 1월 말 실시할 예정이었던 경매를 3월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작시비의 중심에 있었던 박수근의 '빨래터'가 진품으로 판정나기는 했지만 자칫 경매에 악영향을 미쳐 낙찰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옥션도 올 3월 메이저 경매에 앞서 시장 동향 탐색을 위해 23일 중저가 작품 중심의 자선경매를 준비했다. 이번 행사에는 컬렉터ㆍ작가ㆍ화랑관계자 등 미술계와 사회 저명인사들이 기증한 작품 100여점이 출품됐다. 백남준ㆍ김창열ㆍ도상봉ㆍ류경채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지만, 가격대는 시작가 100만원부터 6,000만원으로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번 경매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 대부분은 사단법인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에 기부될 예정이다. 2월에 첫 경매를 앞둔 신설경매사 오픈옥션은 중저가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새로운 컬렉터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용하는 에스크로 제도와 유사한 제도로 '골든아이(Golden Eyes)경매'를 새로 도입하는 등 독특한 방식을 적용,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를 내걸었다. 또 2월에 출범할 경매업체 인터알리아는 경매보다 국내작가의 회화와 사진으로 전시회를 먼저 선보여 회사 알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첫 경매는 하반기에 열 예정이다. 인사동 화랑 쌈지길이 주축이 된 '옥션별' 역시 시장을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첫 경매 시기를 올 3월로 잡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뚜렷한 컨셉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경매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미술관련 사건들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시장에 퍼진 한랭기류가 걷힐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랜 정체기를 벗어나 성장세로 돌아선 미술 시장이 다시 냉각될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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