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리포트] 일본인 도쿄로 'U턴' 뚜렷

천정부지 도심 땅.집값 90년대 들어 하락세'도심(都心)으로 돌아가자' 비싼 땅값 때문에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났던 일본인들이 도쿄 도심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80년대의 거품 경제가 붕괴한 지 10년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도쿄의 땅값과 집값이 90년대 들어 꾸준히 떨어짐에 따라, 불편을 감수하고 싼 집을 찾아 '탈(脫)도심'에 나섰던 이들의 회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도쿄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이후. 60년대부터 꾸준히 빠져나가기 시작해 90년을 전후해서 급속도로 가속화된 일본인들의 도시 이탈 현상이 반전되기 시작한 셈이다. 한 부동산 감정업체는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해 4,000만엔 수준의 아파트가 도심에 70~100㎞ 정도까지 접근했다고 집계했다. 4,000만엔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가정의 평균적인 아파트 가격. 또 일본의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구입된 아파트 가운데 55.7%가 도심에서 20㎞ 이내에 위치한 것이었다며, 도심 근처의 아파트 구입이 3년 연속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가 하락을 계기로 불이 붙은 도쿄 도심으로의 회귀 현상은 다시 지가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토교통성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기준 지가는 최근까지 10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도쿄 주변에서는 지가 하락폭이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지가 하락에 힘입어, 생활의 편리함을 찾아 도심으로 돌아오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쇼핑시설이 잘 갖춰지는 등 생활여건이 좋은 곳은 일부 지가가 오름세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이 같은 도심으로의 인구 회귀현상에 백화점 등 소매업계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내 백화점의 평균 매출액은 전년대비 여전히 감소세에 머물고 있는 반면, 도쿄내 백화점은 최근 3개월 연속으로 매출이 오른 것도 이 같은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국 평균 개인 소비지출의 경우도 전년보다 늘지 않은 반면 도쿄 도심의 소비는 지난 8월(1.7% 증가) 이후 소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대형 슈퍼가 도심내 지점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한 데 이어, 백화점들도 도심의 주력 점포 매장을 확대하는 등 잠재고객 확대를 인식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격인 미쓰코시(三越)는 점포 가운데 최대 규모인 본점 매장 면적을 약 20% 늘리기로 최근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미쓰코시 본점이 위치한 도쿄 주오구(中央區)의 인구는 지난 98년에 45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올해엔 12년만에 8만명을 돌파했다. 잠재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를 타서 공격 경영에 나서자는 것이 백화점측 공산이다. 이밖에 이세탄(伊勢丹), 다카시마야(高島屋) 등 다른 백화점들도 도심 매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도심 회귀현상이 지방의 경기를 한층 냉각시키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안 좋고 재정개혁을 위해 정부의 공공사업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주민 이탈과 함께 기업들의 투자가 도심으로 집중되니, 대도시 이외의 지역은 경기 악화의 부담을 이중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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