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멕시코/경제개혁,「인기」 보다 「비전」 중시(경제를 살리자)

◎과감한 경쟁체제·민영화… 2년연속 무역흑자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가 아즈텍 신전을 헐고 그 돌로 지은 옛 식민지 총독부 건물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재무부가 나란히 있다. 때문에 재무부를 찾으려면 푸른 제복의 무장 군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장면은 역설적으로 멕시코가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재무부가 취한 일련의 경제조치가 국가적 비상사태라는 삼엄한 정치상황 아래 단행됐음을 반증한다. 지난 95년 멕시코 정부의 위기탈출 대책은 3단계로 진행됐다. 첫단계로 그해 1월3일 중앙은행, 노동자대표, 농민대표, 재계대표들을 모아놓고 여신 제한을 통한 긴축 경제, 예금자 보호를 위한 지원 등에 합의했다. 이어 3월 재무부는 공공지출 삭감, 엄격한 통화관리 등을 골자로 한 신경제계획을 발표했다. 두 조치는 응급처방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그해 5월 세디요 정부가 제시한 국가개발계획은 2000년까지 6년간에 걸친 장기 청사진이었다. 과감한 세제 및 금융 개혁, 제조업·농업·광업·관광업 등 4대산업 육성,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연간 5%대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레한드로 발렌수엘라 재무부 대변인은 『당장 결실을 걷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열매를 거둔다는 심정으로 다음 행정부가 출범하는 2000년을 목표로 개혁의 씨를 심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경제만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개혁조치는 경쟁제도 도입과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요약된다. 관영은행을 비롯 석유화학·철도·광산·항만시설 등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할 계획이다. 통신·금융분야의 규제가 철폐되고 외국인 투자가 허용됨으로써 독점기업들이 더이상 내수시장에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시티 중심부 소칼로광장에 밀집해 있는 금융가는 3년전만 해도 하오 1시에 문을 닫았으나 외국은행들이 잇달아 들어오면서 이젠 하오 6시에도 영업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삼성전자 문성훈지사장은 요즘 거래선과 상담하면서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감을 느낀다. 전에는 컨테이너 한개의 물량을 거래하자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던 현지 기업인들이 요샌 서너개 분량의 계약에도 거침없이 덤벼든다는 것. 문지점장은 이를 멕시코 정부의 경제안정화조치가 무역과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멕시코 경제의 활력은 수출에서 잘 나타난다. 95년 수입은 7백24억7천만달러로 전년비 8.6% 감소했으나 수출은 7백98억2천만달러로 31.2%나 증가했다. 이 해 7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고 96년에도 62억9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페소 폭락사태가 있던 94년 1백84억달러의 적자에 비해 실로 엄청난 변화다. 페소 위기는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환율 평가절하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혼란을 두려워한 투기성 해외자금이 일거에 빠져나가 발생한 재앙이었다. 94년말 2백86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외환보유고는 위기 당시 바닥수준인 61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외환보유고는 95년 1백57억달러, 96년 1백75억달러로 위기 전 수준까지 불어났다.<멕시코시티=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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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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