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일을 향한 도전들] <3부·끝> 전문가들에게 길을 묻다

"신성장동력 발굴, 고급인력 양성에 달렸다"<br>지금은 경기회복 대비한 선제적 투자 진행중<br>미래산업 경쟁력 강화위해 개방·경쟁 촉진을<br>IB가 제역할 해줘야 미래 먹거리 찾는데 도움<br>M&A시장 활성화위해 금융규제 완화도 필요

임채민 차관 김종석 원장 양호철 대표

“앞으로 성장동력은 지식에서 나온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자질을 가진 인력을 어떻게 육성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48주년을 맞아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경제도약의 길을 모색하는 ‘내일을 향한 도전들’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며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과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양호철 모건스탠리 대표 등 참석자들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고급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또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방과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주변 환경을 점검하면 지금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순간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글로벌 위상을 높일 도전의 순간으로도 여겨집니다만. ▦김 원장=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조사하고 있는 BIS를 보면 지금은 지난 2003년 이래 최저치로 나옵니다. 반면에 채용률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모습이에요. 이 때문에 저희들은 경기회복에 대비한 선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한국경제는 굴곡을 겪을 때마다 위기관리를 했습니다. 선제적 투자가 성장동력으로 이어지도록 전략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임 차관=우리 경제를 둘러싼 외부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 주체들이 이를 극복하고 나면 새로운 탄력을 받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성과 미래 가치는 결국 투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은 기업이 주주와 고객에게 미래에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할 시점이지요. -일부에서는 주력 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임계차에 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양 대표=지난 몇년 간은 사업환경이 상당히 편했는데 지금은 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주변 여건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난 10여년간 세계화 체제 속에서 성장한 기업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자신감도 축적돼 있지요. 환경이 어렵다고 미리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떻게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고 또 어떤 전력을 갖고 어떻게 역량을 극대화해 국제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가 앞으로 숙제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사업은 과거와 달리 천문학적 자본이 동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본조달시장이 이를 감당할 정도로 성숙했는지 또는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추진해도 될 만큼 축적해놓은 자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 차관=잠깐만요. 먼저 지적한 산업의 성장임계점에 대해 말씀 좀 드리죠. 저는 개인적으로 국내 주력산업의 성장이 제한돼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양한 결합을 통해 새롭게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왔으니까요. 어찌 됐건 기존 산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공통 분모는 역시 사람과 자원이라고 봅니다. 기업들이 과거와 지금 바라보는 시장은 상당히 차이가 있지요. 선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우리의 자금조달능력은 과거보다는 분명히 좋아졌습니다. 그게 얼마나 건전하고 생산적으로 조달되는지는 짚어봐야 할 것이지만요. (이 부분은 정부가 대형 M&A에 대해 외국자본 유치를 제한하겠다는 방침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었다) ▦김 원장=한 산업의 진화는 수많은 기업들의 성패가 누적된 결과입니다. 자본과 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비용을 줄이면서 이를 원활하게 진화시키는 것이 금융권과 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했지만 자본시장통합법이 효율적으로 진행돼 투자은행(IB)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산업의 성장과정을 보면 비즈니스를 일구는 기업들의 ‘동물적 감각’이 상당한 역할을 했는데…. ▦임 차관=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제는 (본능에 의존하기보다) 좀더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정부도 조력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지요. 격변하는 시대에 기업과 개인의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해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차원에서 정부는 최근 기업이 핵심 역량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후보군을 만들도록 전문가들에게 주문을 해놓았습니다. 오는 9월쯤 윤곽이 나올 것입니다. -그 작업들이 치밀하고 과학적이려면 자금조성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느냐가 관건일 텐데요. ▦양 대표=과거와 비교해 대기업들은 우량한 자본구조를 가지고 있고 산업이 많이 커져 자본은 상당히 풍부해졌습니다. IB들은 전세계 투자 흐름을 나름대로 분석해 한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 과거보다는 실행 파워도 좋아졌지요. 하지만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금융산업을 좀더 선진화하고 투자은행도 더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임 차관=전세계 공급 사슬을 놓고 봤을 때 한국 기업의 능력은 세계 경제에서 의미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이뤄졌을 때 한국이 갖게 되는 잠재력은 상당합니다. 우리 기업이나 경제가 이 어려운 시기에 체질개선과 선제적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경제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이 해외 M&A를 할 때 한국 이미지 때문에 감점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풀어가야 할 주체는 결국 정부 아니겠습니까. ▦임 차관=스스로 갖고 있는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중소기업도 국제적으로 힘을 가진 곳이 있을 정도로 기업 능력이 많이 커졌습니다. 정부 역시 이를 더 격려하고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우리 기업의 경영활동 여건이 더 개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규제를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꾸준히 펼치겠습니다. -대형 M&A 물건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제한선을 두는 등 규제완화와 관련해 기업과 정부 간에 손발이 아직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김 원장=기업들의 창의적인 M&A를 저해할 우려가 보입니다. 원론적으로 시스템 리스크는 정부 영역이지만 빌린 것을 어디에 쓰고 사느냐는 금융 영역입니다. 정부가 금융시장 상황을 체크하는 기능은 필요하지만 M&A 시장을 살려나가야 하는데 외환위기 악몽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를 너무 크게 느끼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양 대표=다시 강조하지만 올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기업환경의 변화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의 과소비가 전세계 시장을 먹여 살렸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도 정신 바짝 차려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위기지만 기회지요. 정부 당국은 금융이 무리해서 M&A가 돼 전반적인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관여된 이들이 아직까지는 객관적ㆍ과학적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약한데 이것이 개선되면 금융산업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절될 것입니다. 위험한 M&A는 금융기관이 지원할 수 없습니다. 한두번 실수가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력 문제로 가볼까요. 우리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방향성 같은데 방향이 잘 설정되면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칫 사회적 비용만 잔뜩 치르게 되지요. ▦김 원장=획일적이고 하향 평준적인 교육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요즘 제2 외국어로 아랍어가 뜨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소비자들은 빨리 움직입니다. 우리나라 교육도 관급 시스템에서 소비자 중심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양 대표=그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들이 많을 것입니다. 먼저 대학이 산업 욕구에 맞게 정원ㆍ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처럼 여성 교육에 투자하는 곳도 드문데 여성들이 많이 진출한 아트와 디자인의 경우 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가르치는 사람은 적습니다. 앞으로는 디자인 시대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마지막 포인트입니다만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임 차관=정부도 경제적 어려움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또 원인과 헤쳐나갈 길도 알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으려면 경제 주체간 신뢰가 중요합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국민ㆍ기업ㆍ정부 모두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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