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생콘서트] 두 얼굴의 금


일반상품(Commodity)은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어 이름처럼 단순히 일반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흔히 일반상품으로 분류되는 금도 마찬가지다. 금은 실물자산으로 상품의 특성도 지니고 있으나 통화(자금)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는 금본위제 시대에서 금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데 금본위제가 폐기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화의 성격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금 대여시장이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금 시장에서도 자금의 대출과 유사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대표적 금 시장인 런던 금시장에서는 대량의 금 실물을 보유하는 기관들이 일시적으로 실물이 필요한 업체들에 실물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현금이나 금을 받는다. 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요율을 대여료(gold lease rate)라고 하는데 이는 자금시장의 이자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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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값의 급락과 함께 금 실물의 보유 주체가 대거 바뀌었다. 대량의 실물 보유분으로 대여자의 역할을 수행하던 헤지펀드ㆍ자산운용사 등이 대량 매도의 주체로 나섰다. 매도된 금 실물은 대여자 역할을 할 수 없는 주체, 특히 아시아 쪽의 귀금속 업체들에 흘러들어갔다. 금 실물 보유 주체의 변화로 대여시장의 공급물량은 이전보다 부족해졌다. 반면 금 가격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및 선물 매도 거래의 확대에 따라 실물 대여의 수요는 증가해 대여료는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금 대여료의 상승은 금 관련 파생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통화선도(선물환) 거래의 이론 가격이 교환의 대상이 되는 양 통화 간 이자율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투자자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선물환과 마찬가지로 금 선도 가격도 금의 이자율과 금 가격 표시통화의 이자율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금 가격의 표시통화인 미 달러화 금리의 상승은 금 선도가격이 금 현물가격 대비 더 상승하게 하는 요인이며 반대로 금 대여료의 상승은 선도 가격을 하락하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금 대여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단기물 금 선도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 것은 이러한 가격 메커니즘의 결과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금과 관련된 파생상품은 일반상품 파생상품의 시각보다는 통화파생상품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금과 관련된 파생상품이 통화파생상품 데스크에서 흔히 취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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