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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30)씨는 요즘 '중소기업 인턴제'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청년인턴 자격으로 들어간 가구업체에서는 매일 야근은 기본이고 8개월 동안 주말에 쉰 적이 세 번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야근과 주말 근로에 대한 추가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심지어 직장 선배들은 인턴 출근부에 평일에만 출근했다는 표시를 강요하기도 했다. 다른 회사는 혹여 다르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아동의류업체로 옮겨봤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야근도 모자라 한 달에 세 번 이상은 주말에도 꼬박 출근했다. 추가 수당은 물론 없었다.
박씨처럼 청년인턴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가 '중소기업 안티'로 돌아선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국민 세금으로 결국 중소기업 안티만 양산한다는 냉소가 청년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그 중심에는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 등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청년인턴제 시행지침에서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가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에서는 '서류상의 규정'으로 존재할 뿐이다.
물론 중소기업 인턴제가 구인난 해소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 대부분이 인턴제에 만족감을 나타낸다. 매년 2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청년인턴제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가시적인 실적도 제도의 유효성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정부가 1인당 최대 80만원(월 기준)씩 부담하면서 고용성과를 지속시키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칭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려면 기업들이 근로기준법 준수는 물론 일할 만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지금처럼 돈만 지원하면 할 일을 다했다는 인식부터 벗어야 한다. 미국은 연방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근무조건·임금차별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어길 때는 즉각 제재에 들어간다. 고용부 역시 '청년인턴제'의 실적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인턴을 합당하게 대우하고 일한 만큼 보상하고 있는지 사후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중소기업 안티'를 양산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