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금융위기가 27일(현지시간) 재정긴축안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최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그리스에 대한 차등금리 적용을 검토하고 나서 국제 금융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유로존 가입국 간의 차별 대우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그리스 정치혼란과 맞물릴 경우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유로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브뤼셀의 프랑스어 TV5 대담에서 “EU 차원에서 그리스의 금리 수준에 개입하는 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융커의 발언을 토대로 EU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한 자금이 유로안정기금(EFSF)이 아닌 EU 회원국 간 쌍무 지원 형태로 이뤄진 것임을 볼 때 2차 구제가 이뤄지면 EFSF 자금으로 그리스 채권을 구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는 17개국 유로존의 일원으로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시중은행에 조달하는 금리인 1.25%를 동일하게 적용 받고 있다. 융커 의장이 세부사항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EU가 그리스 금리에 개입할 경우 공적 자금인 ‘EU 재정안정기금’을 지원할 때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유럽연합의 이 같은 결정이 그리스 이외에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유럽국가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나 금리ㆍ물가가 동일수준으로 수렴돼야 하는 단일통화의 기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적자금의 성격인 재정안정기금에 국한해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단일 통화와 금리를 사용해온 EU가 ‘이중 금리’를 사용할 경우 사실상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의 차별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돼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유럽연합의 그리스 금리 개입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으로 인식된다”며 “현재로서는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그리스 사태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럽 주요 은행의 추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EU의 그리스 금리개입 발언은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운용 회장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현재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경제 붕괴가 매우 빠르게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유럽회원국이 유로존을 탈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내부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그리스 노조는 28일부터 이틀간의 총파업을 선언했으며 일부 여당 정치인마저 긴축안 반대를 주장하고 나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리스와 유로존의 앞날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며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2차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2차긴축 및 민영화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다음달 추가 지원마저 받지 못하면 그리스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