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승기]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 4.4 TDV8 보그'

고속주행서도 정숙성 탁월… 세단 같은 SUV


랜드로버의 SUV를 탈 때는 언제나 설레임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세단의 안락함을 선호하면서도 랜드로버 SUV가 전해 주는 품격에 감탄하게 된다. 랜드로버가 최근 출시한 '2011년형 뉴 레인지로버 4.4 TDV8 보그'를 시승했다. 랜드로버 SUV의 상징과도 같은 강인한 인상의 직선 디자인은 확실히 질리지 않는다. 우람한 차체(4,972×2,034×1,877mm)에 흰 색이 더해져 더욱 커 보이고 더욱 비싸게도 보인다. 내부로 들어서면 대쉬보드 주변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한편으로 투박한 듯 느껴지지만 결코 값싸 보이진 않는다. 소재 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동을 켜기 전 계기판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계기판이 12인치 액정으로 돼 있어 타코미터와 속도계 모두 디지털이다. 시동을 켜야 비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또 눈에 띄는 내부 기기는 8인치 모니터. 듀얼 뷰 기능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각기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옆 좌석 승객은 DVD로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뒷자석 승객들을 고려해 편의 사양도 돋보인다.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있는 리클라이닝 리어시트가 추가 됐고, 항공기 좌석과 같은 헤드레스트와 4단계 조절이 가능한 허리보호 기능을 적용했다. 또 뉴 레인지로버는 사생활보호를 고려한 접합유리(laminated glass)를 적용해 차량 내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음 효과를 높였다. 비가 내리는 주말, 차는 강변북로를 지나 자유로를 달리고 있다. 랜드로버의 모든 SUV가 그렇지만 특히 이 차는 달리기 성능에서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다른 점 보다 파워트레인이 싹 바뀐 모델이기 때문. 4.4리터 V8 디젤엔진은 313마력에 최대토크 71.3kg.m의 괴력을 뽐낸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것도 랜드로버 모델 중 처음이다. 과거 랜드로버의 SUV를 경험했을 때 온ㆍ오프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유지하는 '유일한'SUV라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 뉴 레인지로버 4.4는 보다 완벽해진, 특히 온 로드에서의 가속 성능이 더욱 탁월해진 듯 하다. 빗길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랜드로버'의 이름을 믿고 속도를 올리자 차는 순식간에 그러나 조용히 시속 150km를 넘어선다. 시속 180km까지도 주춤하는 기색 없이 속도를 올렸다. 그 이상 속도를 내진 못했지만 왠지 차는 아쉬워하는 듯한 느낌이다. 무게가 3톤(2,715kg)에 육박하는 SUV의 제로백(시속 0km->100km)이 7.8초에 불과한 것을 보면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가 랜드로버 매니아의 만족감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여기에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SUV 답지 않을 정도의 정숙성을 유지하는 것은 고급 SUV가 전해주는 보너스다. 다만 핸들링 때 다소 힘이 들어가 여성은 운전이 편하지 못할 것 같은 점, 그리고 1억5,490만원이라는 '억'소리 나는 가격 때문에 아무나 이 차의 오너는 되지 못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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