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호사 급증…'생존다툼' 치열

올 90년대말보다 두배증가…수임시장은 그대로<br>나홀로 소송·국선 전담변호사제 도입도 치명타

최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A씨는 매일 검찰및 경찰 관계자 등을 통해 입수한 ‘고객(피의자) 리스트’를 들고 직접 고객을 구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선다. 과거 지인ㆍ인맥 등을 통해 자연스레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고객을 기다리다간 사무실 임대료 등 운영비도 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호사 B씨는 좀체 사건을 맡기 힘들다 보니 종종 인터넷 ‘사건경매’ 사이트에 들어가 초저가를 제시하고서라도 수임에 나선다. 가만히 앉아있느니 사무실 유지비라도 건지기 위해서다. 해마다 1,000여명씩 신규 변호사가 쏟아져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데다 올들어 극심한 경기침체까지 겹치자 변호사시장이 불황수준을 넘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다툼’으로 바뀌고 있다. 사무실 임대료에다 직원 월급까지 최소 월 1,000만원의 경상경비가 드는데다 인테리어비용ㆍ대출금 등 초기 투자비까지 합치면 월매출이 1,500만~2,000만원은 넘어야 하지만 이를 못채우는 개업변호사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극심한 경기불황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꺼리는등 산업활동이 움추러 들었고, 호주머니가 얇아진 개인고객들도 변호사 선임비용을 줄이기 위해 법원내 무료상담과 법률서식 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인터넷 법률사이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나홀로 소송’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나홀로 소송(2004년 사법연감 기준)은 지난 2000년 92만3,415건에서 해마다 두자릿수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며 2003년 132만4,861건에 달했다. 이는 전체 소송 건수의 85%에 달하는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법원이 지난 9월부터 ‘국선 전담변호사제도’를 도입, 피의자에 대한 형사사건 무료 변론을 확대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도 변호사 시장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개업 변호사(10월 현재 6,294명)의 65%가 등록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수임건수는 지난 2001년 41.7건에서 2002년 38.2건으로 줄었고 올 들어서는 시장이 더욱 침체되면서 37.3건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90년대말 2,000명 안팎이던 변호사수(서울 기준)가 올해 4,000명을 훌쩍 넘어 2배 이상 늘었는데 수임 시장은 별반 커진 게 없다”며 “변호사 시장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판ㆍ검사 출신으로 이른바 ‘전관예우’ 등을 통해 고객기반을 잡았거나 교통사고 등 전문시장에서 잘 나가는 일부 변호사를 제외하곤 최근 몇년 사이 개업했거나 이렇다할 특기가 없는 변호사는 상당수가 적자를 면치 못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살림을 맡고 있는 재무이사로 서초동에서 개업중인 김정태 변호사는 “서울 소재 변호사의 30%는 적자를 내고 있고 또 다른 40%는 간신히 사무실 유지 수준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있는 C변호사도 “지난해에 비해 수임건수가 절반 가량 줄었다”며 “주위의 다른 변호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