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새지평] 4. 정부·기업 협력협의체 구성 정보공유…개별진출 혼란 막아야
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체제는 앞으로 남북경협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정부와 민간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질 때 비로소 남북경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관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협의 당사자인 민·관이 협의체를 통해 산적한 문제들을 함께 풀고, 지금까지 개별 민간기업들의 진출로 인한 혼란을 극복할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의 한계= 지금까지 대북사업은 그 특성상 기업의 기밀 사항이고, 현대 금강산 사업처럼 독점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이 인건비와 물류비 등 각종 정보를 밝히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 북한은 아·태평화위원회(총괄)과 민족경제협력연합회(세부) 등으로 대남협력창구가 단일·단계적으로 이뤄져 있는 데 반해 우리 기업들은 각기 개별적으로 협상을 해왔다. 대북기업인들은 이같은 사업정보의 미공유와 협상채널의 다각화로 인해 북한에게 「협상력」이 뒤져 북한측이 요구하는 데로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투자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남측 기업들이 인건비와 임가공비 등 각종 비용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못해 북한에게 협상에서 뒤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결국 기업 비용이 증대로 나타나나』고 말했다.
◇민·관 공동협의체 결성= 정부와 기업간의 공조체제는 민간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 공동 협의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기구의 규모와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부기관·공기업관계자와 민간업체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 활발한 정보 교류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흩어져 있는 민간기업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며 『민간에서는 기존의 전경련, 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의 대북경제협력지원센터 등을 통합, 운용하는 네트워크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 협의체를 경협의 협상채널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92년에 체결된 부속서대로 재경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 경제교류 ·협력공동위원회」가 실무협의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만 참여하는 기구론 남북경협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협의체의 기능= 협의체의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보의 공유와 이를 통한 합리적인 결론의 도출이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협의체는 남북한 경제협력의 제반 참여자들의 각종 정보들이 유통되고 정책 및 전략이 논의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남북한 경제협력의 목표와 추진방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협의체를 통해 경협에 시급한 각종 제도적 장치와 「남북 경제협력기금」 마련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협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대북사업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고, 정부는 투자보장협정·청산결제 등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어 기업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기업인은 『방북 승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절차가 복잡해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협의체를 통해서 행정절차의 간소화 등 규제완화와 물류비용 절감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세제 및 금융상의 우대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의 위상관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의 남북경협은 지금까지 민간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해오던 차원에서 벗어나 정부가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관계는 자칫 정부가 기업들에게 경협 전반의 이익을 위해 수익성에 바탕을 둔 대북사업진출이 아닌 「떠넘기기식」으로 사업을 맡길 우려가 있다.
이태섭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보다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용호기자CHAMGIL@SED.CO.KR
입력시간 2000/06/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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