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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145년 된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리버풀GC(파72·7,312야드). 골퍼라면 누구나 가보기를 꿈꾸는 브리티시 오픈의 순회 개최 코스지만 실제로 경험하면 그 꿈은 악몽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한 번 빠지면 정상 방향으로는 탈출할 수 없는 항아리 벙커가 82개나 도사리고 있고 러프도 깊어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플레이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 18일(한국시간) 제143회 브리티시 오픈 1라운드를 마친 선수들도 상당수가 악몽을 꿨다. 2002년과 2012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어니 엘스(남아공)는 첫 홀(파4)의 첫 샷부터 꼬여버렸다. 왼쪽으로 감긴 드라이버샷이 갤러리 쪽으로 총알처럼 날아가 60대 남성의 턱을 강타한 것이다. 그는 바로 근처 병원으로 실려갔고 '사고현장'에서 흥건한 피를 본 엘스는 마음에 걸려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엘스는 "여기저기 피가 많았다. 난처할 수밖에 없는 나는 계속 그 사람 걱정만 했다"며 "이후 짧은 퍼트를 계속 놓쳤다. 악몽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1번홀에서 1m도 안 되는 퍼트를 두 번이나 놓치자 중계진은 "홀 주위에서 하키를 하고 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트리플 보기로 대회를 시작한 엘스는 이날 79타를 쳐 156명 중 공동 145위로 밀려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타구를 맞은 갤러리는 병원 치료 후 안정을 찾았고 엘스는 그에게 이번 대회 주말 입장권을 몇 장 선물하기로 했다. 엘스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디펜딩 챔피언 필 미컬슨(미국)과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 버바 왓슨(미국)도 각각 74타와 76타로 부진했다. 엘스는 "내가 우리 조에 징크스를 몰고 온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왓슨은 11번홀(파4)에서 항아리 벙커에 빠지자 그린과 다른 방향으로 안전하게 빼낸다는 것이 반대편 러프에 빠졌고 1m 안쪽의 더블 보기 퍼트도 놓쳐 3타를 잃었다.
올해 US오픈 챔피언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5번홀(파5) 덤불 사이에서 친 공을 반대 방향으로 날려버리는가 하면 잭 존슨(미국)은 14번홀(파4) 오르막 어프로치샷이 홀 앞까지 갔다가 제자리로 굴러 내려오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븐파 공동 49위에 머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러프에 빠지기를 반복하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갭웨지를 허벅지로 두 동강 내버리기도 했다.